충남 당진의 아미여울 ‘꺼먹지솥밥’. 이윤화 씨 제공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시중에서 쌀을 사려고 보니 가격 차가 제법 난다. 금 진액을 물에 타서 못자리에 뿌려 만든 럭셔리 금쌀부터 비축미나 수입 혼합미 등 저렴한 쌀까지 다양하다. 학창시절 가정 시간에 배운 좋은 쌀의 선별 기준은 낟알이 통통하고 광택이 나야 된다고 했는데, 요즘같이 농법이 발달된 시대에는 웬만한 쌀이 육안으로는 다 좋아 보이는 상품(上品)처럼 보인다.
유기농법 재배로 잘 알려진 보성의 우리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35년 이상 유기 농사를 짓는 노하우가 무언가 봤더니 산나물, 유기농 채소, 열매 등 90가지 이상의 재료를 넣어 발효시킨 백초액(百草液)을 농약 대신 벼에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마치 정성껏 손수 만든 장으로 맛을 낸 엄마의 밥상을 벼에게 차려주는 듯했다. 벼를 생명체로 인식했다는 선대(고 강대인)의 이야기까지 보태니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과연 이로써 수익을 잘 내고 있을까 우려가 앞섰다. 하지만 맛있는 밥심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소비자가 생각보다 많아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소비하는 구매 고객층이 탄탄하게 형성돼 있었다.
아미여울은 7명의 여성 농업인이 건강한 밥상을 추구하며 공동 운영하고 있는 농가맛집이다. 당진해나루쌀로 지은 솥밥 위에는 늦가을 소금과 고추씨로 담근 꺼먹지가 올라가 있다.
미학(米學)상차림은 한자 그대로 쌀에 집착하고 있다. 연천의 백학쌀을 그날그날 도정해 흰쌀 솥밥을 낸다. 생선구이, 젓갈 등 반찬도 정갈하다. 수라선은 잘 지은 무쇠솥밥 위에 전복장 또는 꽃게장이 올라가 호사스러운 맛난 밥으로 한 끼를 완성할 수 있다.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 미학상차림: 서울 종로구 사직로8길 34 경희궁의아침 3단지 1층. 생선상차림 1만5000원, 젓갈상차림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