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31년째 도심서 수행 지도 ‘금강선원’ 혜거 스님
혜거 스님은 “‘걷기 명상’은 산책과 조깅을 즐기는 이들이 쉽게 할 수 있는 명상”이라며 “세상을 주인으로 살고자 한다면 명상을 해 보라”고 권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수천 명이 함께 한강변을 걸어도 별로 시끌벅적하지 않다. 명상을 함께 하기 때문이다.
한국명상지도자협회는 지난해에 이어 6월 1일 오전 10시∼오후 3시 서울 한강여의도공원 물빛무대 일원에서 ‘2019 한강걷기명상’ 대회를 연다. 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금강선원(서울 강남구 개포로) 원장인 혜거 스님을 7일 선원에서 만났다.
혜거 스님은 조계종 중앙역경원 초대원장을 지낸 탄허 스님을 은사로 1959년 출가했고, 1988년 선원을 개원한 이래 31년째 도심에서 재가불자들의 수행을 지도하고 있다. 지난해 조계종 포교대상을 수상했다.
“명상은 어떤 생각에 깊이 몰입하는 훈련이다. 원인을 완전히 규명할 때까지 집중하는 것이다. 행주좌와(行住坐臥), 즉 걷거나 서거나 앉거나 누워서도 할 수 있다. 요즘 시간만 나면 걷는 이들이 많다. 그 시간을 명상과 함께 한다면 얼마나 유익하겠나. 절에서도 참선하다가 느린 걸음으로 걷는 포행(布行)을 한다. 선인들은 ‘걷는 명상’을 많이 가르쳤다. 요가에도 있고, 중국 당나라 때 도가 수행법인 ‘보두법(步斗法)’은 대만에서는 지금도 한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명상은 나쁜 습관을 고치기 위해 생겨났다. 업(業)이 특별한 게 아니다. 잘못된 습관이 쌓이면 그게 업이 된다. 명상으로 고칠 수 있다. 살아오며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찾아야 한다. 걸으며 이를 돌이켜보겠다는 마음을 내야 한다. ‘내가 그것을 놓쳐서 잘못했구나, 나쁜 버릇이 있는데 고쳐지지 않는 게 문제구나’ 하는 생각을 일으키면서 걸어야 한다. 시선을 집중하는 게 마음을 집중하는데도 굉장히 도움이 된다. 몰입하면 안정감이 생긴다. 무엇을 하든 허덕임이 없다. 세상의 본질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에 대한 감정도 굉장히 편해진다.”
―명상의 장점은 무엇인가.
―대중에 조언을 한다면….
“정치가든 기업가든 성공했다면 다시 공부를 더 하라. 정상에 오르면 내려갈 일밖에 없다. 내려오기 싫다면 공부밖에 없다. 나라도 한 단계 더 오르고자 한다면 종교와 철학 같은 사상이 깊어져야 한다. ―부처님이 오셔서 내린 가르침은 무엇인가.
“신본주의(神本主義) 세상에 인본주의를 가르치셨다. 신이 네 운명을 어찌하는 게 아니라는, 네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가라는 큰 가르침이다. 일체중생이 평등하다는 것도 가르치셨다. 스스로도 몸소 탁발을 하셨다.”
‘2019 한강걷기명상’ 대회 참가는 홈페이지를 참고하거나 운영사무국에 문의하면 된다. 한국명상지도자협회는 6월 29일 오후 1시 불교역사기념관에서 ‘명상지도자 포럼’을 개최하며, 10월 2일에 개학하는 ‘제6기 명상전문지도자’ 신입생도 모집한다. 접수는 홈페이지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