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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댓글수사 초기 ‘김경수 공모’ 숨겼다” 증언

입력 | 2019-05-09 18:57:00

경공모 변호사, 김경수 2심 나와 증언
드루킹 체포되자 "싹싹 빌고 항복하자"
상황 변화 없자 언론에 폭로 편지 보내




드루킹 김동원(50)씨가 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던 초기에 본인을 풀어줄 사람은 김경수(52) 경남도지사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의도적으로 댓글조작 공모 혐의 등을 숨겼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9일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 심리로 열린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 항소심 4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삶의축제’ 윤모(48) 변호사는 이같이 증언했다.

윤 변호사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내 전문직 모임인 전략회의 멤버로 드루킹 일당이 경찰 수사를 받을 때 변호를 맡은 바 있다.

윤 변호사의 증언에 따르면 지난해 2월6일 JTBC가 ‘서유기’ 박모(32)씨의 댓글순위조작 매뉴얼에 대해 보도했고, 경공모 내에서는 보도 후에도 별다른 수사가 없자 이를 김 지사나 청와대가 막고 있다고 판단했다. 드루킹 일당은 이 당시를 김 지사가 오사카총영사 인사 청탁을 거절한 뒤 김씨와 틀어진 시기라고 주장한다.

이후 3월17일 김씨는 윤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에서 안 막았으면 그냥 진행됐을 것이다”며 댓글순위조작 매뉴얼을 수사하면 김 지사의 공모사실이 드러날까봐 김 지사나 청와대가 수사를 막아주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3월21일 경찰이 경공모 사무실과 김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고, 김씨를 포함해 ‘둘리’ 우모(33)씨와 ‘솔본아르타’ 양모(36)씨를 긴급체포했다.

윤 변호사는 “실제 압수수색을 당하고 영장 실질심사가 이뤄지고 나서는 김씨가 ‘김 지사와 다투게 되면 결국 다치는 건 우리밖에 없다’고 했고 그게 맞았다”면서 “무조건 김 지사에 빌어야한다고 얘기했고, 그런 과정에서 김 지사의 댓글조작 공모는 밝히지 않는 걸로 했다”고 밝혔다.

특검이 ‘그 배경에는 김 지사가 도와줄 것이란 기대가 있었나’고 묻자 윤 변호사는 “기대보다는 김씨가 자신들을 풀어줄 수 있는 사람은 김 지사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거기서 싸우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아예 항복을 하고 싹싹 빌고 한 번만 살려달라고 생각한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변호사는 김씨가 이런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었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5월18일 조선일보에 김 지사의 댓글조작 공모 사실을 폭로한 옥중편지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킹크랩 시연회’가 이뤄졌던 2016년 11월9일의 상황에 대해서 윤 변호사는 브리핑 내용에 조직도 등이 들어간 것은 맞지만 킹크랩 내용이 들어 간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전략회의 모임 등에서 김씨가 킹크랩에 대해 말한 바 있어 11월9일 이전부터 킹크랩 자체는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김 지사 항소심은 예정보다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신문하려 한 박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연기됐고, 재판부가 김 지사 측에서 쟁점 공방에 대해 재반박하고 싶다는 의견을 수용해 다음 기일에 쟁점 공방을 한번 더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김 지사의 항소심 5차 공판은 오는 23일 진행된다. 이날은 김 지사 측과 특검 측이 쟁점 공방을 다시 벌인 뒤 박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