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발행 1년새 15% 감소
50대 사업가 이모 씨는 2억 원을 투자했던 주가연계증권(ELS)이 최근 1년 만에 조기 상환된 뒤 고민 끝에 ELS에 재투자하지 않기로 했다. 이 씨는 “최근 증시가 불안해 조기상환을 받기 어려울 것 같다. 수익률도 4%대 수준에 불과해 굳이 위험한 ELS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수년간 ‘중위험 중수익’의 대표 주자로 군림하던 ELS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증시 하락으로 조기 상환에 실패한 사례가 속출했고 올해도 주요국 증시가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자 손실 위험이 큰 ELS 투자를 기피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원화와 외화로 표시된 ELS와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미상환 잔액은 74조569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59조5413억 원)보다 약 25% 늘어난 것이다.
ELS는 대부분 3년 만기로 발행되며 6개월마다 중간평가를 해 기초자산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중도 상환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투자자 대부분은 6개월 내지 1년 정도 단기 투자로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ELS에 투자한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증시 하락으로 조기 상환이 미뤄지는 사례가 늘어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격화되면서 각국 증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ELS 신규 발행 규모도 19조8000억 원대로 1년 전보다 15% 감소했다.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들은 올해 들어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ELS 투자를 피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수익률이 과거보다 못한 것도 ELS 투자가 줄어드는 원인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ELS의 연간 수익률이 5%를 상회했지만 최근에는 4% 중후반이 대부분이다. 2016년 초 홍콩 H지수 폭락 사태로 원금손실 구간(녹인·knock in)에 들어선 ELS가 많아지자 각 증권사들이 손실 위험을 줄이는 대신 수익률도 낮추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상규 신한PWM 프리빌리지 강남센터 PB팀장은 “해외 채권이나 부동산 펀드, 배당주 등 연 4% 수익률을 보장하면서 위험은 낮은 대안 상품이 과거보다 크게 늘어 굳이 ELS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