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오후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단거리미사일로 확실시되는 발사체를 또다시 쏘아 올렸다. 4일 원산 북측 호도반도에서 동해안으로 전술 유도무기를 발사한 지 불과 닷새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2주년이며, 통일부가 대북 식량 지원 추진 방침을 밝힌 다음 날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한국 정부를 노골적으로 무시한 도발이다.
문 대통령은 어제 저녁 KBS와 가진 특집대담에서 북한 발사체에 대해 “단거리미사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북의 미사일 발사가 남북 군사합의 위반인지에 대해 남북이 합의한 휴전선으로부터 일정 구역 밖에서 발사가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는 일상적인 방어태세 유지 훈련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한 도발 행위임이 명백한데도 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라는 문 대통령의 인식은 참으로 안이하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2017년 8월 도발 때와 수법이 매우 흡사하다. 당시에도 북한은 단거리미사일 발사 직후 그 실체를 놓고 우리 정부가 로키로 대응하자 사흘 뒤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해 한국 정부의 뒤통수를 쳤다. 북은 이번에도 첫 도발에 미국 정부마저 관망하는 반응을 보이자 도발 수위를 높여 협상 판을 흔들려고 한 것이다.
북한의 선의에만 기대 언젠가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거라는 정부의 그릇된 접근법은 이제 바뀔 때가 됐다.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엄하게 꾸짖을 수 있어야 북한도 진정성을 갖고 협상에 임할 것이다. 한미 공조를 토대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공고히 다지는 것만이 북한을 대화와 비핵화로 견인할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