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산업1부 차장
파리 모터쇼에 처음 참여한 GAC 모터 부스는 전시관 중에서도 가장 번쩍번쩍한 고급차 전시관에 있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테슬라 부스 옆에서 펼쳐지는 으리으리한 프레젠테이션(파리 모터쇼 회장까지 참석해 ‘와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을 보고 있자니 ‘대체 무슨 자신감이지’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현장에서 장판 GAC 모터 부사장은 한국 기자들에게 “한국으로부터 자동차 기술을 배웠지만 이제 한국은 우리의 경쟁자다. 한국보다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런 ‘대륙의 자신감’에 아직까지 많은 소비자들은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어디서 본 듯한 디자인뿐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의 까다로운 배출가스 및 안전 기준을 통과할 기술력이 있는지 의구심도 나온다. GAC 모터는 프리미엄 SUV GS8과 같은 모델을 2020년 미국 시장에 판매한다는 목표인데, ‘메이드 인 차이나’의 저렴한 이미지를 넘어설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중국 차의 부상이 과거 일본 차를 떠올리게 한다는 말도 나온다. 미국 컨설팅 기업 올리버와이먼은 “중국이 미국에 전기차를 팔게 될 때, 일본이 연료소비효율이 높은 차로 미국 시장을 뚫었던 역사를 떠올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요타가 1957년 미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자동차 3사는 신경도 안 썼다. 도요타가 들고 온 세단 ‘크라운’은 일본 도심용으로 개발돼 미국의 거친 고속도로에서 과열되기 일쑤였다. 낮은 품질,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에 대한 반감으로 크라운은 미국에서 철저히 망했다. 도요타는 실패 덕분에 미국용 차를 개발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고, 달라졌다. 가장 큰 호재는 1970년대 ‘오일쇼크’였다. 미국 3사와 차별화되는 고연비 덕분에 일본 차는 미국 시장을 장악했다.
1970년대 일본 차가 그랬듯 2020년대 전기차 시대에 중국이 자동차 시장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GAC 모터의 디트로이트 광고판은 세계 자동차 시장을 향한 도전장이다. 과거 일본 차를 무시했던 GM이나 포드는 최근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감내하며 새로운 시대의 도전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도 ‘준비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 대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김현수 산업1부 차장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