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하얗게 뒤덮은 꽃가루’라고 표현하지만 엄밀히는 맞지 않는 말이다. 버드나무 포플러 플라타너스 등이 내뿜는 것은 ‘종자솜털’ 혹은 ‘씨앗털’이지 꽃과는 관계가 없다. ‘하얀 꽃가루’로 찍힌 솜털 중 알레르기 항원이 되는 것도 많지 않다. 산림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가루를 내보내는 나무는 참나무 삼나무 등 16종, 풀은 돼지풀 명아주 질경이 등 10종이다. 4월∼6월 초의 봄철에는 주로 나무 꽃가루가, 8월 말∼10월 초에는 잡초 꽃가루가 많이 날린다. 심폐 기능과 천식에 좋은 피톤치드를 많이 내뿜어 삼림욕 나무로 인기인 편백나무도 최근 꽃가루가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꽃가루 알레르기가 걱정거리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가로수나 산림녹화로 나무가 많이 심어진 1960년대 후반부터다. 꽃가루 경계심이 높아지자 기상청은 2010년 봄부터 꽃가루지수를 발표했고 지금은 ‘날씨누리’ 홈페이지에 참나무와 소나무 잡초류로 나눠 꽃가루농도오염지수를 매일 발표한다. 미세먼지(10μm)와 초미세먼지(2.5μm)는 입자 지름으로 구분하지만 모양이 다양한 꽃가루는 무게로 분류한다. 소나무꽃가루가 106∼127μg(마이크로그램)으로 가장 크고 낙엽송 리기다소나무 잣나무 삼나무 등의 순이다. 꽃가루의 무게와 유해성의 상관관계는 입증되지 않았다.
▷과거 가로수 선정 기준은 빨리 자라고 대기정화 효과가 있는 나무들이었다. 그런 나무들이 꽃가루 공해 주범으로 몰려 대거 퇴출됐다. 서울시에서 가장 먼저 베어진 나무 중 하나는 수양버들이고, 신작로 길가에 많았던 외래종 이태리포플러, 플라타너스 등도 크게 줄었다. 그 빈자리에 은행나무 벚나무 느티나무 등 꽃가루가 적은 나무들이 심어졌다. 중국 베이징시도 1970년대부터 대대적으로 심었던 포플러와 버드나무 28만4000여 그루에 대해 최근 군사작전 하듯 가지치기와 벌목에 나섰다. 나무는 항상 같은 나무이거늘 시대가 달라져 용도가 바뀌면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하는 운명은 나무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