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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 공익위원 8명 집단사퇴

입력 | 2019-05-10 03:00:00

“결정체계 바뀌니 물러나는게 맞아”
류장수 위원장 거듭 사의 밝히자… 고용부 “수용… 후임 이달안 위촉”
국회 공전으로 결정체계 개편 무산… 내년 최저임금 기존대로 결정해야
새로 위촉될 공익위원 성향에 따라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 재연 우려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이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 간담회 장소로 향하고 있다. 세종=뉴시스


지난해 5월 위촉된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이 다른 공익위원 7명과 동반 사퇴하겠다는 뜻을 9일 밝혔다. 정부도 이들의 뜻을 즉각 수용해 이달 안에 새 공익위원들을 위촉하기로 했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된 이후 공익위원이 집단 사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의 공정성을 높이고 인상 폭을 조절하기 위해 추진했던 결정체계 개편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공익위원과 정부 측 모두 불가피한 선택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정부가 새 공익위원들을 위촉하는 과정에서 이전처럼 친(親)노동계 인사를 대거 위촉한다면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

○ “간판 새로 다는 게 좋다”

류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저임금 운영에 있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를 대원칙으로 고민했다”며 “(제가) 계속할 때와 그만둘 때 득실을 고려했을 때 간판을 새로 다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류 위원장과 공익위원들은 올 3월에도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추진하는 만큼 자리를 비워주는 게 맞다”며 고용노동부에 사표를 냈지만, 고용부는 그동안 이를 수리하지 않았다.

또 류 위원장은 “만약 최저임금 심의에 문제가 된다고 판단했다면 그만둘 수 없다”며 “5월에 회의를 여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공익위원들이 위촉될 때까지 기존 공익위원들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취지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퇴 의사를 두 번이나 밝힌 만큼 정부도 수용할 계획”이라며 “가급적 빨리 새 공익위원들을 위촉해 최저임금 심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출신 당연직인 임승순 최저임금위 상임위원을 제외한 8명의 공익위원(류 위원장 포함)이 이달 안에 새로 위촉될 예정이다.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은 고용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위촉한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공익위원 위촉을 포함한 향후 대책을 13일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 공익위원 위촉부터 갈등 커질 듯

그동안 고용부는 국회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처리하면 최저임금위원장과 공익위원들을 자연스레 교체하려고 했다. 개편안은 최저임금위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고,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공익위원도 국회(4명)가 정부(3명)보다 더 많이 추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또 정부는 결정체계 개편을 토대로 내년도 최저임금부터 인상 폭을 낮추려는 계획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국회가 공전하면서 올해 결정체계 개편은 사실상 물 건너갔고, 내년도 최저임금은 기존 체계대로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앞으로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싼 논란과 혼란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공익위원 위촉부터 문제다. 박근혜 정부 때는 경영계에 가까운 인사가, 현 정부 들어서는 노동계에 가까운 인사가 공익위원에 임명되면서 최저임금 인상 폭이 정권의 성향에 따라 결정됐다는 비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기존처럼 노동계에 가까운 인사를 공익위원에 대거 위촉하면 갈등이 극심해질 수 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익위원의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에 어떤 문제가 없었는지 되새겨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전문성이 있는 위원을 위촉하고, 정부가 이들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열 ryu@donga.com·송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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