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 갈등에 증시-환율 출렁
악재가 중첩돼 있는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9일 ‘G2발(發)’ 폭탄이 추가로 떨어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 불안이 커지자 정부는 전날 시장 안정을 위해 구두 개입에 나서기도 했지만 외국인의 주식 매도와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현재로선 미중 무역갈등이 타결보다 확전으로 향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무역협상이 불발되면 중국은 ‘관세 폭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도 관보에 관세 추가 인상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중국도 ‘반격 조치’를 예고하고 나섰다.
○ G2발 ‘검은 목요일’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분쟁 이슈가 코스피 하락의 트리거(방아쇠)가 되기는 했지만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너무 약해져 있어 대외 악재에 더 움츠러든 측면도 있다”고 했다.
물론 두 나라 간 협상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면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되면서 증시 하락세가 멈출 가능성이 높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말에도 미국과 중국이 대대적인 경기부양을 하면서 시장이 회복됐다”며 “지금 같은 하락세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 양국의 극한 대치, 10일까지 합의안 도출 난망
미중 양국의 강 대 강(强對强) 대치는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약 2시간 후 반격에 나섰다. 상무부는 8일 오후 11시 23분 홈페이지에 대변인 담화를 올려 “중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미국이 관세 조치를 실시하면 중국도 필요한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9일 오후 브리핑에서 “중국은 이미 (무역협상 결렬에 대한) 충분한 대비를 끝냈다. 중국의 합법적 권익을 수호할 결심과 능력이 있다”고 했다.
양국은 강한 압박을 통해 상대방으로부터 최대한 많은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계산이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미국은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이전 강요 금지 등 핵심 사안을 합의문에 명기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국은 이를 합의문에 포함하지 않고 행정조치, 규제 등을 통해 반영하겠다며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막판에 합의 내용을 뒤집으려 해 트럼프 대통령의 화를 돋웠다는 얘기도 나온다.
양국 협상단이 10일까지 합의안을 마련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앨릭 필립스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10일 미국이 대중 관세를 인상할 확률이 60%”라고 점쳤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무역전쟁 장기전도 감수할 것”이라며 정부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9일 “(중국 정부가) 기업의 손실을 줄이기 위한 각종 조치 등의 준비를 마쳤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는 9일 류 부총리가 무역협상을 위해 워싱턴으로 떠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