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단 출범 후 첫 소환…5년6개월만 검찰출석 오전 10시부터 12시간20분가량 조사 후 종료 출석 14시간30분만에 귀가…"조사 성실히 임해" '뇌물·성범죄' 혐의 전면 부인…조사에 비협조적
뇌물수수 및 성범죄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63·사법연수원 14기) 전 법무부 차관이 검찰 첫 공개소환 조사를 받고, 출석 14시간30분 만에 귀가했다. 김 전 차관은 5년여 만에 임한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사실상 전부 부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전날 오전 10시께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에 출석한 뒤 오후 10시20분께까지 약 12시간20분가량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았다.
김 전 차관은 조사를 마친 뒤 변호인과 함께 약 2시간가량 조서를 열람했다. 조서 열람을 마친 김 전 차관은 오전 0시30분께 검찰 청사 앞으로 나와 귀갓길에 올랐다. 김 전 차관은 굳은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을 바라본 뒤 발걸음을 옮겼다.
이후 ‘뇌물 혐의 계속 부인하는가’, ‘별장에는 한 번도 간 적 없다는 입장 유지하는가’, ‘성접대인가, 성폭력인가’라는 등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김 전 차관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준비된 차량에 탑승해 귀가했다.
수사단은 김 전 차관에 대해 제기된 의혹이 많은 만큼 조사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재소환 및 구속수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 전 차관은 지난 2005~2012년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 및 향응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윤씨로부터 강원 원주 소재 별장 등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 등도 있다.
수사단은 그동안 윤씨와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 등 관련자들을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전날 김 전 차관을 소환해 뇌물 및 성범죄 의혹 등 혐의 전반을 조사했다. 수사단이 출범한 지 41일 만에 첫 소환이고, 지난 2013년 11월 비공개로 검찰 조사를 받은 지 5년6개월 만이다.
수사단은 이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윤씨를 최근까지 6차례 소환해 김 전 차관 관련 의혹을 집중 조사했다. 당초 수사단은 지난달 윤씨의 개인 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구속 수사를 계획했지만, 기각되면서 불구속 상태로 수차례 조사를 벌여왔다.
수사단은 이 과정에서 윤씨로부터 김 전 차관이 지난 2007년 목동 재개발 사업 인허가 등을 도와주겠다며 집 한 채를 요구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씨가 1000만원대 그림을 김 전 차관에게 건넸다는 진술도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다. 이 밖에 윤씨는 김 전 차관 승진과 관련해 성의 표시를 하라며 수백만원을 건넸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혹을 불거지게 한 ‘별장 동영상’ 속 남성에 대해 윤씨가 김 전 차관이 맞다고 언론 등을 통해 밝힌 만큼 해당 부분도 조사 대상이다. 다만 이 영상 자체로는 성범죄 의혹을 입증할 핵심적인 증거는 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차관은 지난 2013년 3월 강원 원주 소재 별장에서 윤씨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커지자 임명 6일 만에 차관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김 전 차관 사건을 재조사했고, 그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은 진상조사단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3월22일 ‘심야 출국’을 시도했다가 긴급 출국금지 조치로 제지당하기도 했다.
과거사위는 뇌물제공 시기 및 금액을 특정하면 공소시효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지난 3월25일 수사를 권고했다. 그로부터 나흘 뒤 검찰은 김 전 차관 관련 수사단을 출범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