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골퍼]2년째 ‘실과 바늘’ 매니저 최수진씨 독서-여행 등으로 삶 채우기 열중… 7시간 운전 그랜드캐니언 찾기도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고진영(왼쪽)이 전담 매니저인 최수진 씨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도중 애리조나주의 모뉴먼트밸리를 찾았다. 최 씨는 일과 삶의 균형이 고진영의 상승세를 이끈다고 밝혔다. 최수진 씨 제공
최근 고진영과 함께 일시 귀국한 최 씨는 “멀리서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는 진영 프로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을 뿐이다. LPGA 2년 차를 맞아 적응력을 키우고 자신만의 여유를 찾은 게 성적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현재 상금, 올해의 선수, 평균타수 등 주요 부문 선두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피레이션에서도 우승했다. 당시 전통에 따라 연못에 뛰어들었을 때 고진영과 최 씨가 나란히 ‘입수(入水) 영광’을 누렸다. 이 장면이 중계되면서 최 씨도 유명해졌다.
고교 때까지 골프 선수를 하다가 허리 부상으로 관둔 최 씨는 대회 출전 신청과 숙소 및 교통수단 예약, 운전사, 요리사, 훈련 파트너 등 온갖 업무를 도맡는다.
그가 말하는 고진영의 중요한 성공 비결은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이다. “골프장에서 집중을 다한 뒤 필드 밖에선 운동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독서, 여행, 취미 활동 등으로 자신의 삶을 채우는 데도 열심입니다. 저번엔 7시간 운전해 그랜드캐니언 일대를 돌아봤어요. 달리기와 줄넘기도 꾸준히 할 만큼 자기 관리도 철저합니다.”
라운드 도중 먹을 간식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중요한 일과다. 18홀을 도는 데 5시간 내외가 걸리고 라운드 전후 운동 시간을 감안하면 밥 때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블루베리 주스, 딸기잼 샌드위치, 미숫가루, 과일 등이 단골 메뉴로 준비된다.
베스트 스코어가 4언더파인 최 씨는 고진영의 요청에 따라 스윙이나 퍼팅 스트로크에 이상은 없는지 점검해 주기도 한다.
초중학교, 대학교를 해외에서 마친 최 씨는 “진영 프로가 미국 진출 1년여 만에 영어에 자신감이 붙은 것도 경기력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요즘은 통역을 해준다는 느낌이 별로 없다. 어딜 가든 현지인들과의 대화도 적극적이다. 잠들기 전에 외국 선수 인터뷰 동영상을 많이 보면서 따라 하며 표현을 익힌다. 장거리 이동 때는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교재 삼아 즐겨 본다”고 전했다.
무남독녀인 고진영에게 친언니와도 같다는 최 씨. 둘은 다음 주 출국해 LPGA투어에 복귀한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