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통일부 용역보고서 논란
통일부가 작성한 2017년 8월 ‘한반도 평화협정(안) 마련’ 비공개 수의계약 계획서.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실 제공
“대통령님의 ‘베를린 구상’으로 평화협정 논의가 부상하면서 우리가 당사자로 참여하는 평화협정 마련을 위한 구체적 준비에 착수한다.”
통일부가 2017년 8월 비공개 수의계약으로 추진한 한반도 평화협정(안) 마련 용역 계획서에 기재된 용역 추진 목적이다. 통일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뒷받침할 의도로 종전선언에서 더 나아가 평화협정으로 진전하는 과정을 검토한 것. 하지만 북한 미사일 도발 위협이 최고조에 이르던 때 교전수칙을 ‘선보고 후조치’로 변경하는 내용까지 평화협정에 담겨 있자 “2년간의 대북 정책이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에 매몰됐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6·25전쟁, 천안함 폭침 책임 묻지 않겠다는 평화 협정
동아일보가 확인한 잠정협정 조항에는 △비무장지대(DMZ) 전방초소 폐쇄 △유엔군사령부(유엔사)가 담당하던 ‘정전체제 관련 업무’를 한국군에 위임 △남북공동어로구역 설정을 통한 북측 어로활동 보장 등이 담겨 있다. 또 핵 동결, 연합 연습 통합 및 규모 축소, 핵전력 투사훈련 전면 중지, 독자제재 해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유예 필요성도 적시됐다.
또 평화협정은 불가침과 평화적 공존을 논의하면서 비핵화 선언과 당사국 조치 조항이 주축이다. 상대 체제 존중과 내부 문제 간섭을 배제, 한반도 내 외국군 주둔을 줄이는 조항도 적시됐다.
이에 대한 보수 진영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에 잇따라 나선 상황에서 “한국군의 손발을 묶고 눈을 가리는 내용만 잔뜩 담겨있다”는 것이다. 특히 ‘선조치 후보고’에서 ‘선보고 후조치’로 교전수칙을 전환한다는 조항, 분단 후 6·25전쟁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등 적대행위에 책임을 묻지 않는 조항이 핵심적인 ‘독소 조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통일부 “연구자 개인 입장” vs 야권 “이미 일부는 현실화”
용역을 맡은 조 위원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으로 “비핵화와 냉전구조 해체를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평화협정 체결을 먼저 추진하는 ‘예외적 조기실현 경로’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통일부는 ‘평화협정 체결에 따른 법적 문제 해결방안’이라는 별도 용역까지 법무법인 태평양과 체결해 평화협정과 국제법 간의 충돌 문제를 검토하기도 했다.
현재 해당 용역은 정부의 정책용역연구관리시스템인 ‘프리즘’에서 접근이 차단된 상태다. 통일부는 “공개되면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