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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기지서 쏴 내륙관통… ‘북한판 이스칸데르’ 실전 발사한 듯

입력 | 2019-05-10 03:00:00

[北, 5일만에 또 미사일 도발]1차때와 같은 단거리미사일 가능성



4일 북한이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


군 당국은 북한이 9일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발사한 단거리미사일이 닷새 전에 쏴 올린 ‘북한판 이스칸데르’와 같은 기종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비행고도와 비행거리, 속도 등이 매우 유사해 다른 기종일 가능성이 낮다는 것. 군 안팎에선 북한이 남북 대화, 북-미 비핵화 협상 와중에도 총력을 기울여 개발한 신형 미사일의 실전 능력을 전격적으로 과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북한판 이스칸데르’ 실전 발사 가능성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미사일 2발은 북한 내륙을 거의 일직선으로 가로질러 동해상에 낙하했다. 각각 420여 km, 270여 km를 날아갔다. 4일 원산 북쪽 호도반도에서 발사된 러시아의 이스칸데르를 복제한 단거리미사일(비행거리 240여 km)보다 30∼180km를 더 날아간 것이다.

러시아 이스칸데르의 최대 사거리는 수출형이 약 280km, 내수형이 약 500km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4일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의 사거리를 대폭 늘려 추가로 발사했을 개연성이 제기되는 대목. 이날 발사된 단거리미사일의 비행고도(50여 km)는 4일 발사된 미사일의 비행고도(20∼40여 km)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러시아 이스칸데르도 400여 km를 날아갈 때 비행고도가 60km 정도 나온다”며 “북한이 4일 발사에 이어 사거리와 고도를 치밀하게 조정하는 추진체 기술을 과시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같은 요격미사일의 대응을 피해 정점고도를 낮추면서 사거리를 최대한 늘려 평양 이북에서 쏴도 한국의 요격망을 뚫고 서울과 충남 계룡대 등 남한의 상당 지역을 재래식이나 핵탄두로 타격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북한이 주로 신형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던 평북 구성에서 스커드와 같은 구형 미사일을 쐈을 가능성은 낮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하에 호도반도에서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를 실전 발사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8일에 호도반도의 단거리미사일 발사를 공개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발사 장면을 공개하고, 그 당위성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2017년과 도발 수법·양상 흡사

최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은 2017년 도발 때와 수법과 양상이 매우 흡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에도 북한은 단거리미사일 발사 직후 그 실체와 우리 정부의 파장 축소 논란을 틈타 후속 도발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2017년 8월 26일 동해로 단거리발사체 3발을 발사하자 그 실체를 두고 논란이 분분했다. 당시 청와대는 낮은 고도(40∼50km)와 짧은 비행거리(250km 미만)를 근거로 방사포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가 며칠 뒤 군과 미 태평양사령부가 ‘단거리탄도미사일’로 정정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청와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니라면서 대화를 강조하며 북한의 ‘선의’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사흘 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화성-12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평양 인근 순안비행장에서 전격 발사해 위협 수위를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군 당국자는 “당시도 지금처럼 정부는 북한의 단거리발사체가 ICBM 도발은 아니라며 ‘로키’로 대응했다가 뒤통수를 맞았다”며 “이번엔 미국 정부까지 관망세를 보이자 북한이 2년 전처럼 기습 도발로 비핵화 협상판을 유리하게 흔들고, 간 보기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는 이번 사태를 최대한 ‘로키’로 관리하길 원하지만 북한은 이를 역이용해 허를 찔렀다”며 “현 상황이 2년 전 도발 양상과 흡사해 한미 군 당국이 긴장 속에 북한을 겹겹이 감시 중”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