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硏, 2023년까지 매장량 지도 완성
캐나다와 중국에 기반을 둔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개발기업 VRB에너지는 바나듐을 이용하는 ‘레독스 흐름 배터리’를 연구한다. 안전성이 높아 차세대 ESS로 주목 받고 있다. 작은 사진은 바나듐 결정을 산화시킨 모습. VRB에너지·위키미디어 제공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올해 초 중점 연구 광물로 바나듐을 선정했다. 2023년까지 바나듐이 매장된 지역에 대한 자세한 매장량 지도를 완성하고 채광부터 자원 선별, 제련, 활용까지 전 과정에 대한 기술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9일 김수경 지질연 광물자원연구본부장은 “2018년부터 시작된 기관 자체 연구를 통해 국내에 순도 높은 바나듐이 다량 매장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미래 자원 확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바나듐은 무엇보다 최근 화재 사고를 일으키며 문제가 되고 있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에 적용할 수 있는 안전한 재료라는 점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남은 전기를 저장하는 ESS는 주변 환경에 따라 전기 생산량이 바뀌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때 필수 시설이다. ESS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전기를 저장하는데,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이 리튬이온 배터리다.
ESS 도입이 늘어나면 바나듐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바나듐은 연간 약 7만∼9만5000t이 생산되고 있고 사용량도 비슷하다. 광물개발기업 부시벨드 미네랄에 따르면 ESS 시장에서 바나듐 레독스 흐름 배터리 비중이 25%만 돼도 연간 5만 t의 신규 바나듐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생에너지 업계에서는 2030년경에 약 20∼25%의 ESS가 레독스 흐름 배터리로 대체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바나듐은 강도나 탄성을 높이는 성질이 있어 철과 혼합해 지진에 대비하는 건축용 특수강 재료를 만들 때에도 활용된다. 중국에서 철근에 바나듐을 넣어 강도를 높인 건축재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또 색이 아름다워 제트엔진과 공구 제조에 널리 쓰인다.
바나듐의 용도는 이처럼 다양하지만 한국은 해마다 수천 t의 바나듐을 중국,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전호석 지질연 자원회수연구센터장은 “2015년 기준으로 바나듐 산화물(오산화바나듐) 수입량은 세계 2위, 바나듐과 철이 결합한 페로바나듐은 3위”라며 “고부가가치 광물인 바나듐의 확보와 활용을 위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지질연 조사결과에 따르면 바나듐은 국내에도 다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 포천의 티타늄 광산에는 산화바나듐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역에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바나듐 원석인 티탄철석의 매장량은 약 700만 t으로 추정된다. 이곳은 바나듐의 순도가 높다. 김 본부장은 “미국산의 경우 바나듐이 원석 속에 0.5∼0.7% 함유돼 있는데 포천은 0.8∼1%로 더 높다”면서 “정밀한 매장량 평가를 위해 3차원 구조 탐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 충북 옥천 등에도 바나듐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