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도발]9일 도발, 닷새만에 더 위협적 모습
하지만 미사일의 비행 정점고도는 닷새 전보다 20km가량 낮아졌다. 그만큼 한미의 요격 체계를 쉽게 피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발사대도 궤도형 이동식발사차량(TEL)으로 바뀌어 산속으로 모습을 감춰 이동할 수 있게 됐다.
기습 타격 능력을 끌어올려 한층 위협적으로 변모한 것이다. 군사적 긴장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면서 한국을 볼모로 미국이 ‘일괄타결식 비핵화’ 원칙에서 양보하라는 엄포로 풀이된다.
북한이 이번 시험 발사를 ‘장거리타격수단 화력훈련’이라고 표현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4일 발사 이튿날 ‘전술유도무기’라고 지칭한 것과 달라진 것. 이는 북한이 실전에서 한국을 타격하거나 미군 증원 전력의 한반도 투입을 막기 위해 개발한 ‘전술 단거리 탄도미사일’ 중 사거리가 가장 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2014년 8월 시험 발사한 기존 전술 단거리 탄도미사일 ‘KN-02’(일명 독사) 개량형은 최대 사거리가 200여 km였다. ‘북한판 이스칸데르’의 정확한 최대 사거리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러시아 이스칸데르(내수형)를 그대로 모방했다면 500km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궤도형’ 이동식발사대도 눈길을 끌었다. 4일 훈련 당시엔 바퀴가 달린 일반 차륜형 발사대로 발사했는데 이번엔 산지 등 험지에서도 기동할 수 있는 궤도형 발사대를 들고나온 것.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영도자 동지(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칭)께서 화력타격을 위한 기동전개와 화력습격을 보시고 만족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기동전개’란 용어를 쓴 건 기동성이 배가된 발사 차량을 확보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는 연료를 미리 주입해놓을 수 있는 고체연료 미사일이어서 연료 주입 과정에서 한미 연합 자산에 사전 포착되지 않고 기습 발사가 가능하다. 여기에 산지 외진 지역에 숨겨놓기 좋은 궤도형 차량까지 이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발사 사실을 사전에 포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궤도형 발사대를 동원한다는 건 한미가 앞으로 감시해야 할 지역이 대폭 넓어진다는 것으로 북한 내 이상 동향 감시가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9일 화력훈련을 참관한 뒤 “나라의 진정한 평화와 안전은 자주권을 수호할 수 있는 강력한 물리적 힘에 의해서만 담보된다”며 “어떤 불의의 사태에도 주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만단의 전투동원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이날 “현재 추가 도발 징후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 발언으로 볼 때 ‘자주권 수호’를 명분으로 조만간 또 기습 타격 능력을 과시하는 도발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동해에서 서부 내륙으로 이동하고, 사거리도 조금씩 늘리는 이른바 ‘살라미 군사 도발’을 통해 미국에 태도를 바꾸라는 신호를 계속 보낼 것”이라고 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