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 북한의 연쇄 미사일 도발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북한은 협상을 원하지만 협상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말했다. 미 법무부는 대북제재를 위반해 석탄을 불법 수출한 혐의를 받는 북한의 화물선을 압류해 몰수 절차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북한 매체들은 어제 김정은이 미사일 발사를 참관한 뒤 “평화와 안전은 강력한 물리적 힘에 의해서만 담보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정면 대응을 자제하던 미국이 북한의 잇단 도발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등 강경으로 선회하고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보다 작은 미사일, 단거리미사일들이었다”며 대화의 문을 열어놨지만 마냥 도발을 방치할 수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 법무부가 도발 몇 시간 만에 북한 선박의 압류 조치를 발표하는가 하면 국방부가 북한이 쏜 미사일을 유엔 대북제재 위반 대상인 ‘탄도미사일’로 규정한 것은 이를 반영한다.
여기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첫 도발에 안이하게 대처한 것이 보다 수위를 높인 두 번째 도발을 부추겼다는 반성도 깔려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중거리나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니다”며 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유예) 위반이 아니라고 밝힌 뒤 이 발언이 북한의 더욱 무모한 도발을 부추기는 실언(失言)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북한이 앞으로 더욱 대담하게 벼랑 끝 전술을 펼칠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성을 뒤늦게 절감한 것이다.
북한의 단거리미사일은 그 사정권 안에 있는 우리에겐 당면한 현실적 위협이다. 그런데도 북한에 할 소리도 못 하며 오히려 지원 방안에만 몰두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이 연일 남측을 향해 “외세의 간섭을 절대 허용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마당에 북한의 노림수에 그대로 놀아나는 게 아니고 무엇인가. 더 큰 문제는 이런 저자세가 북한의 도발 자제를 유도하기는커녕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