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버스대란’ 예고에 양측 여론전
류근중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위원장과 전국 지역위원장들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논현로 자동차노련에서 열린 전국공동투쟁지역 대표자회의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버스노동자들은 8∼10일 파업 찬반투표에서 재적 조합원 대비 88.0% 찬성률로 총파업을 결의했다. 뉴스1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동차노련)은 10일 서울 서초구 연맹 사옥에서 류근중 자동차노련 위원장과 서울, 부산 등 12개 지역노조 위원장이 참석한 대표자회의를 열고 15일 총파업을 결의했다. 8∼10일 서울, 부산, 광주 등 버스업체 노조는 재적 조합원 대비 찬성률 88.0%로 파업을 가결했다.
자동차노련은 14일까지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15일 첫차(오전 4시)부터 전면 파업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류 위원장은 “주 52시간제를 도입하며 (임금 삭감이) 이미 예견된 일인데 사측과 지방자치단체, 중앙정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긴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부도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재에 나서겠지만, 이번 파업은 주 52시간제와 상관없이 임금 협상을 유리하게 진행하려는 목적을 띠고 있다”고 밝혔다. 손명수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전국 약 550개 버스 노조 중 파업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245곳 대부분이 준공영제나 1일 2교대제를 이미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준공영제’란 민간 버스업체가 노선을 운행하지만 지자체가 수익금을 공동 관리하고 적자가 나면 재정을 지원하는 제도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울산 등 준공영제를 도입한 지역의 버스 업체에선 주 52시간 이하 근무가 이미 이뤄지고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버스 노조가 주 노동시간을 ‘45시간’까지 낮추거나 노동시간이 줄어도 임금은 그대로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자동차노련은 정부 주장을 재반박하고 나섰다. 자동차노련은 “버스 기사가 주 47.5시간을 일하는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준공영제 도입 지역은 매일 9시간씩 주 6일, 즉 ‘주 54시간’ 일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버스 운전사의 월 노동시간 ‘198시간’을 단순히 4주로 나눠 주 52시간이 안 넘는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파업이 현실화되지 않더라도 향후 준공영제를 도입하지 않은 지역에선 파업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금 협정 기간이 남아 이번 파업에 동참하지 못한 230여 곳의 버스 노조 대부분은 준공영제를 도입하지 않은 곳이다.
향후 관건은 버스 요금 ‘인상’ 여부다. 국토부는 경기도가 버스 요금을 100원 올릴 경우 연간 1250억 원을, 200원 올릴 경우 2500억 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내버스는 지자체 소관이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예산을 지원할 방법이 없다. 국토부가 지자체에 버스 요금 인상을 촉구하는 이유다. 하지만 각 지자체는 요금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각 지방노동위원회는 14일까지 쟁의 조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사 간 입장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15일 ‘버스 대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파업을 대비해 도시철도 연장 운행 및 증편, 대체 기사 및 전세버스 투입 등을 지자체와 준비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임금·단체협상을 적극 중재한다는 입장이다.
박은서 clue@donga.com·송혜미·조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