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돌아가셨을 때 보니 내가 끼워드린 14K 가락지를 가슴 위에 꼬옥 품고 누워 계셨습니다. 그 반지는 1972년 2월 바람 부는 졸업식장에서 내가 상으로 받은,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어머님의 다 닳은 손가락에 끼워드린 것으로, 여동생 말에 의하면 어머님은 그 후로 그것을 단 하루도 손에서 놓아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번에 어버이날을 맞아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예술가의 장한 어버이상’을 제정했는데 이 상을 주러 온 장관도, 진행하는 사회자도, 축하하는 사람도 모두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고맙고 축하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딱히 슬픈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저 자신들의 어버이를 떠올린 모든 사람은 그 생각만으로도 목이 메어 오고 콧날이 시큰했던 것이다. 이시영 시인의 시처럼 말이다.
‘어머니 고맙습니다’는 말은 한마디도 나와 있지 않은 시다. 어머니를 한없이 사랑한다는 말 역시 적혀 있지 않다. 그런데 읽자마자 알게 된다. 시인의 어머니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시인을 사랑했구나. 시인은 그 어머니의 사랑을 알고 있구나. 그래서인지 시인은 유독 어머니에 대한 작품을 여럿 발표했다. 순금도 아니고 18K도 아니었지만 어머니는 아들이 준 14K 반지를 절대 빼지 않으셨다. 자랑스러운 아들이 졸업식장에서 받은 반지였다. 직접 끼워준 귀한 것이었다. 그러니 어머니는 왕관을 준대도 바꾸지 않으셨을 것이다. 모든 어머니에게 자식은 세상보다 무겁고 크기 때문이다. 비록 이 사실을 자주 잊어버리지만, 5월에만은 꼭 기억하고 싶다.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