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서비스 넘치는 미드 속 미국처럼 ‘삼류 변호사’라도 가깝게 있었으면
문권모 채널A 콘텐츠편성전략팀장
#2 사울 굿맨은 ‘모든 악당들이 찾는’ 속물 변호사다. 그는 월터를 위해 돈세탁이나 증거 인멸 같은 일을 처리해준다. 사실 그에게는 사연이 많다. 자잘한 사기 행각으로 연명하던 그는 변호사인 형의 도움으로 감옥에 갈 위기를 벗어난다. 이후 형이 세운 법률회사에서 사환으로 일하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의 실제 사례를 보여준다. 통신 과정으로 미국령 사모아대에서 법학 학위를 딴 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것이다.
사울 굿맨이 주인공인 ‘베터 콜 사울(Better Call Saul)’은 월터 화이트가 주인공인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의 스핀오프다. ‘브레이킹 배드’는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남우주연상(브라이언 크랜스턴) 4번을 비롯해 드라마 최우수작품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등 프라임타임 에미상을 12번이나 받았다. 그중 가장 매력 있는 조연 캐릭터 사울 굿맨의 이야기가 별도의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현재 5번째 시즌이 방영을 앞두고 있다.
사울은 양심과 이기심, 준법과 불법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타락해간다. ‘베터 콜 사울’은 ‘브레이킹 배드’에 비해 범죄에 대한 묘사, 특히 잔인한 장면이 적다. 하지만 아기자기한 스토리텔링이 일품이다. 모든 범죄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세련되게 풀어낸다.
그런데 내게는 ‘소송 천국’이라 불리는 미국의 법률 서비스 현장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예전에 미국에는 변호사가 많아 어떤 이들은 별별 잡다한 사건을 수임해 호구지책으로 삼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드라마를 보며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오랜만에 두 드라마를 떠올리게 된 것은 일종의 우연 때문이었다. 우선 최근 버닝썬 사태로 마약이 이슈가 되다 보니 ‘브레이킹 배드’ 생각을 하게 됐다. 여기에다 로스쿨 재학생들의 로펌 인턴 생활을 다룬 프로그램이 채널A에서 방영 중이다 보니 자연스레 ‘베터 콜 사울’의 스토리라인을 다시 더듬게 됐다.
얼마 전 올해 우리나라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간신히 50%를 넘겼다는 뉴스를 봤다. 지난해에는 합격률이 50% 아래로 내려가 큰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변호사 1인당 인구 수는 2000명 가량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서구 선진국의 변호사 1인당 인구 수는 독일 494명, 영국 436명, 미국 248명 수준으로 우리와 차이가 꽤 크다. 법조계 일각에선 나라별로 사정이 다르다며 우리나라 법조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란 말을 한다. 하지만 나와 주변 사람들의 경험에 비춰 보면 아직까진 일반 서민들이 변호사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문권모 채널A 콘텐츠편성전략팀장 mike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