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와이키키 브라더스
심재명 영화사 명필름 대표
임순례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나이트클럽에서 연주하는 삼류 밴드 이야기이다. 거듭되는 불경기로 한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출장밴드를 전전하는 성우(이얼)는 고교 졸업 후 한 번도 찾지 않은 고향 수안보로 향한다. 밴드 멤버들이 각자 살길을 찾아 흩어지는 바람에 그 구멍을 메우느라 어렵게 모셔온 음악 스승도 지금은 알코올 중독으로 성우를 힘들게 한다. 급기야 1인 오부리(즉흥 반주) 밴드로 전락한 그가 중년 손님들의 강요로 옷을 홀딱 벗은 채 노래하며 연주하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지독하다. 애써 무감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단란주점 모니터 화면엔 성우의 꿈 많던 고교 시절, 친구들과 알몸으로 바다에 뛰어드는 모습이 흐르고 중년이 된 성우의 알몸과 겹쳐진다. ‘음악이 그저 좋아서’ 한국 최고의 록 밴드를 꿈꿨던 꿈은 스러지고, 성우는 고단한 현실 속에 무기력하게 서 있을 뿐이다.
더 이상 고향에서도 버틸 재간이 없는 성우가 10여 년 만에 다시 만난 첫사랑 인희(오지혜)에게 여수행을 제안하자 “바다 본 지도 오래됐다”며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따라나선다. 성우, 정석(박원상)과 함께 인희가 여수 어디쯤 나이트클럽 무대에 올라 스팽글이 반짝이는 드레스를 차려 입고 심수봉의 ‘사랑밖에 난 몰라’를 절절히 부르면 그들을 비추던 카메라는 서서히 뒤로 물러서고 영화도 끝이 난다. 임 감독의 영화는 어린 시절의 꿈이 이제는 고단한 현실이 되어버린 그 서글픔과 쓸쓸함을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내 더 쓰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본 후 쓴 소주가 간절하다고도 했다.
삶을 살아내고 견뎌내는 사람들도, 워라밸과 소확행의 가치가 소중한 사람들도, 그마저도 사치로 여길 고단한 사람들도 부디 행복하기를. 나도, 당신도.
심재명 영화사 명필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