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포로 처형하던 경험 내게 얘기” 월간지 기고서 처음으로 고백
10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하루키는 분게이슌주 6월호에 ‘고양이를 버리다―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내가 말하는 것들’이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기고했다. 이 에세이는 하루키가 초등학생 때 아버지가 집에 있는 고양이를 내다버리면 그 고양이가 저녁 무렵 다시 집에 돌아오곤 했던 일을 되짚으면서 시작한다.
이 글에서 하루키는 “1917년에 태어나 1938년 군에 징집된 아버지는 중국에 파견된 소속 부대에서 포로들을 처형한 경험을 내게 털어놓았다”며 “군도(軍刀)로 사람 목을 쳐 죽이는 잔인한 광경이 내 어린 마음에 또렷이 새겨졌다”고 적었다.
하루키는 “1979년 작가로 데뷔한 후 아버지와 나의 관계는 더 굴절됐다. 20년이 넘도록 얼굴을 마주하지 않았다. 2008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우리는 ‘화해 비슷한 것’을 했다”고 밝혔다.
하루키는 2017년 출간한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1937년 일본군이 중국 난징(南京)을 점령한 후 6주간 시민을 학살한 사건에 대해 “10만 명이든 40만 명이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살해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언급해 우익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