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팀 훈련장 뺨치는 사회인 체육센터
사회인 야구인 박종원 씨가 8일 엘론베이스볼랩에서 트래킹시스템 ‘랩소도’로 투구 훈련을 하고 있다. 공을 던질 때마다 모니터 화면에 궤적 변화, 회전 효율 등 구체적인 투구 정보가 찍힌다(왼쪽 사진). 위 사진은 퀀텀 바 스켓볼 트레이닝에 마련된 드리블 훈련기기 ‘더 레이저’. 엘론베이스볼랩 제공·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손동작 하나하나 미세교정
“지금 화면을 보면 ‘1:30’이라는 숫자가 찍혔죠. 1시 30분 방향으로 공의 회전축이 틀어져 있다는 이야기예요. 손이 틀어진 채 공을 비껴서 때리니까 그만큼 회전이 제대로 안 나오는 거죠.”
트래킹(Tracking) 시스템 ‘랩소도’를 활용한 레슨 장면이다. 엘론이 600여만 원을 들여 마련한 랩소도는 국내 프로구단은 물론 메이저리그(MLB)에서 사용하는 분석 장비다. 포수 뒤에 설치한 초고속 카메라가 투수가 던지는 공의 속도, 회전 수, 궤적 변화 등을 분석해 태블릿PC로 전송한다. 단순 회전수를 넘어 유효 회전(공의 움직임에 실제로 영향을 주는 회전)수, 회전 효율(전체 회전 중 유효 회전의 비율) 등의 구체적인 정보도 제공한다. 홈 플레이트 기준 몇 m 앞에서 공이 예상궤도와 달리 휘기 시작하는지도 알 수 있다.
강 감독은 “자신은 ‘좋은 공을 던졌다’고 느꼈지만 데이터상으로는 큰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다양한 시도에 대한 변화를 수치로 확인해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프로 무대에서나 쓰이던 데이터 자료가 사회인 야구 교육장까지 오게 된 건 생활체육인들의 높아진 눈높이 때문이다. 최근 야구 관련 통계사이트, TV 중계 등에서 구체적인 데이터를 쉽게 접하게 되면서 사회인 야구인들 또한 자신의 구체적인 정보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박철 엘론 대표(52)는 “야구 교육의 자기공명영상장치(MRI)라고 설명할 수 있다. 야구는 결국 사람이 가르치지만 구체적인 수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신뢰의 깊이가 다르다”고 했다. 엘론은 사회인 야구 외에도 엘리트, 유소년 교육도 병행한다.
사회인 야구 11년 차인 박종원 씨(40)는 “그동안 주변에서 ‘볼 끝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를 회전효율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로 확인하다 보니 더 훈련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사회인 야구 7년 차 강은규 씨(32)는 “요즘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관심 있을 회전수 같은 구체적인 정보를 알게 돼 좋다. 내가 고쳐야 할 부분을 명확히 알게 돼 구속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패턴 1만 개 드리블 프로그램
프로급 시설의 바람이 사회인 야구에만 부는 건 아니다. 한국프로농구(KBL)에서 13년간 선수 생활을 한 김현중 대표(38)가 지난해 서울 강남구에 차린 ‘퀀텀 바스켓볼 트레이닝(퀀텀)’은 프로 선수들에게 입소문을 탈 정도로 좋은 시설을 갖췄다. 최근에도 여자프로농구(WKBL) 대표 스타 박지수 등이 이곳을 찾았다.
7일 찾은 퀀텀에서는 슈팅머신 ‘닥터 디시’를 활용한 훈련이 한창이었다. 퀀텀이 1000여만 원을 들여 미국에서 들여온 닥터 디시는 혼자서 슈팅 반복 훈련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장치다. 자신이 원하는 패스의 거리, 방향, 간격 등을 설정하면 이에 맞게 기계가 패스를 해주는 식이다. 패턴을 입력하면 한 지점이 아닌 여러 위치를 돌아다니며 슛 연습을 할 수도 있다. 링 주변에는 그물을 설치해 혹여 슛이 빗나가더라도 공이 다시 기계로 들어간다. 김 대표는 “슛이란 기술적인 훈련을 넘어 반복 훈련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량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드리블 훈련 기기인 ‘더 레이저’도 활용되고 있다. 한때 오락실에서 인기를 끌었던 리듬액션게임 ‘펌프’처럼 프로그램 화면에 맞춰 크로스 오버, 레그 스루 드리블, 턴 동작 등을 하면 모션 인식 센서가 이를 인식해 드리블 정확도를 보여준다. 동시에 영상을 촬영해 자신의 폼이 어떤지를 직접 확인해볼 수도 있다. 공 2개를 활용하거나, 드리블 도중 허들을 뛰어넘는 등 프로그램 패턴만 1만여 가지나 된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