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없는 스님' 지홍 스님…업무상횡령 혐의 불광사·불광법회 "12일 연등회 불참하겠다" 조계종 노조, 자승 스님 고발 "5억 넘게 배임"
불교계 최대의 기념일인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대한불교조계종에 내홍이 이어지고 있다.
1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전날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조현락 판사 심리로 불광사 조계종 포교원장 지홍 스님과 전 불광유치원 원장 임모씨의 업무상 횡령 혐의 첫 공판이 열렸다. 재판정에서 지홍 스님과 임씨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다.
지홍 스님은 임씨와 공모해 유치원 상근임원에 이름을 거짓으로 올린 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72회에 걸쳐 매달 200여만원씩 총 1억8000만원 상당의 월급을 받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지홍 스님의 횡령 혐의 논란은 지난해 7월 불광사 신도들로 구성된 ‘불광사정상화추진위원회(추진위)’가 검찰에 지홍 스님을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불교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지홍 스님은 본인을 ‘통장 없는 스님’이라 지칭해왔기 때문이다. 지홍 스님은 그동안 불광사를 ‘통장 없이도 스님들이 일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말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불광사·불광법회 정법수호위원회(위원장 오세룡·불광법회 수석부회장)는 지난 3일 “지홍스님의 종교지도자로서의 비도덕성과 비윤리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고, 지홍스님의 퇴진을 촉구한다”면서 이번 부처님오신날 연등회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연이은 악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4일에는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대한불교조계종 지부가 조계종 전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종단과는 무관한 제3자에게 로열티가 별도로 지급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하이트진로음료가 제3자에게 지급한 로열티는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모두 5억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이어 “로열티를 받은 제3자는 당시 총무원장이었던 자승 스님의 요구에 의해 특정된 인물”이라며 “자승 전 총무원장은 지위를 이용해 종단사업으로 이익 편취를 도모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계종은 지난 4일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과 원로회의 의장 세민스님,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 등 중앙종무기관 스님들이 참여한 가운데 서울 동대문에서 조계사로 향하는 연등행렬을 마쳤다. 부처님오신날 당일인 12일에는 조계사 등 전국 조계종 사찰에서 봉축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