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오픈 12년 개근한 ‘탱크’
‘골프 여제’ 두산매치플레이 첫 타이틀 방어 도전
국내 유망주, 팬들과도 뜻깊은 자리 마련
한국 골프 발전에도 관심 기울이는 전설
한층 단단해진 모습으로 국내 팬 앞에 나서는 최경주. 민골프 제공
국내 골프팬이라면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 그것도 절정에 해당되는 셋째 주를 맞아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됐다. 한국 골프의 살아 있는 전설 최경주(49)와 박인비(31)가 이 기간에 열리는 한국남녀프로골프투어 대회에 출전하기 때문이다.
최경주는 16일부터 나흘 동안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 앤 리조트 하늘 코스(파71)에서 열리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오픈에 나선다. 박인비는 하루 먼저 15일 강원 춘천 라데나골프클럽에서 개막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 2연패를 노리는 박인비.
최경주와 박인비가 누구인가. 최경주는 한국 선수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진출해 우승 행진을 펼치며 아시아 최초로 ‘제5의 메이저’라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박인비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통산 19승을 거뒀으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골프 여왕’이다.
한국 골프의 새 역사를 써내려간 최경주와 박인비는 바쁜 스케줄에도 틈나는대로 국내 무대에 올라 한국 골프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최경주는 올해로 23번째를 맞은 SK텔레콤오픈에 19차례나 출전했다. 2008년부터는 12년 연속 개근하고 있기도 하다. 우승은 3번(2003년, 2005년, 2008년)했던 인연이 있다.
최근 최경주는 PGA투어 RBC 헤리티지에서 시즌 첫 톱10에 들며 건재를 과시해 안방에서 어떤 기량을 펼칠지 흥미롭게 됐다.
최경주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SK텔레콤오픈이 무산될 위기를 직접 해결한 사연도 있다. 당시 최고 전성기였던 최경주는 초청료만 해도 10억 원에 이르렀다. 경기 침체로 대회 개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그는 초청료를 포기하는 대신 자신의 재단에 2억 원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여 대회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가뜩이나 한국 남자프로골프가 침체된 가운데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통 큰 양보를 한 것이다.
2018년 SK텔레콤오픈 출전에 앞서 주니어골퍼 지도에 나선 최경주. 세마스포츠마케팅 제공.
올해에도 최경주는 골프 꿈나무 갤러리들에게 추억을 전하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남녀 유망주 45명이 프로들과 어울려 플레이를 하는 ‘재능 나눔 행복 라운드’ 행사와 주니어 선수들을 초청해 연습라운드를 참관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아름다운 동행’ 프로그램 등에 참가할 계획이다. 최경주는 “꿈나무들에게 프로의 마음가짐과 코스 공략 등을 접하게 하는 소중한 기회인만큼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2009년 나이키와 결별 후 한동안 무적(無籍) 신세였던 최경주는 2011년 서브 스폰서였던 SK텔레콤과 메인 계약을 한 뒤 그해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후원사의 인지도를 국내외에 높이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SK텔레콤 오경식 스포츠마케팅그룹장은 “최경주 프로가 수시로 대회와 관련한 질문을 해올 만큼 관심이 상당히 높다. 어린 선수나 팬들을 만날 때에도 늘 진지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오픈은 코리안투어에서 단일 기업이 한해도 빼놓지 않고 개최하는 유일한 대회다.
팬들에게 사인을 하고 있는 박인비. 하나금융그룹 제공
박인비가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 처음 출전한 것은 2017년이다. 올해로 3년 연속 나선다. 박인비의 국내 무대 출전은 지난해 KB금융챔피언십 이후 7개월 만이다.
박인비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국민의 응원과 성원이 큰 힘이 됐다. 고마움을 어떤 방식으로도 되돌려 드리고 싶다. 국내 대회에도 기회가 되는 대로 나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KLPGA투어 20번째 도전 끝에 처음으로 우승하는 기쁨을 누렸다. 당시 결승에서 장타자 김아림과 맞붙어 마지막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를 결정지었다.
이번에는 생애 첫 KLPGA투어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참가해 타이틀 방어에 도전한다.
박인비가 2018년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우승 후 부상으로 받은 굴착기 위에서 밝게 웃고 있다. 박준석 작가 제공
박인비는 “지난해 워낙 좋아하는 매치 플레이로 우승할 수 있어서 특히 좋았다”며 “한층 업그레이된 멋진 플레이를 국내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인비의 절친한 후배인 유소연도 모처럼 이 대회에 출사표를 던졌다. 유소연은 2009년 이 대회에서 9홀 연장 혈투 끝에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는 강한 인상을 남긴 적도 있다. 박인비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유소연은 2015년 하이원리조트 대회 이후 4년 9월 만에 KLPGA투어 대회에 참가한다.
최경주와 박인비. 두 거물이 필드에 써내려갈 스토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