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 위험 높고, 택배 보관할 공간도 부족”
최근 GS25 편의점 택배 서비스를 이용한 서울 강북구 양모(26·여) 씨의 말이다. 양씨는 택배보관함이 꽉 차 있어 택배 보낼 물건을 보관함 밖에 놓아둘 수밖에 없었다. 보관함은 오가는 사람이 많은 편의점 외부 테이블 옆에 놓여 있었다. 양씨는 “직원이 한 명밖에 없는데, 다른 일을 하는 사이 누가 택배 물건을 가져가는 건 아닌지 걱정됐다”고 말했다.
편의점 택배 서비스가 급성장하고 있지만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택배 물동량은 2011년 585만 건에서 2014년 1029만 건, 2015년 1237만 건, 지난해 2000만 건을 넘어섰다. 서울 서대문구 한 CU 편의점에서 5년간 점주로 근무하고 있는 전모 씨는 “하루 평균 10개의 택배물이 접수된다”며 “많을 때는 30개가 넘기도 한다”고 말했다.
5월 7일 서울 일대의 편의점 10여 곳을 돌아본 결과 택배물 도난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였다. 직원이 계산, 시재 점검 등 다른 일로 바빠 택배 물건을 항상 주시할 수 없고, 택배보관함이 대개 천으로 된 큰 바구니여서 보안장치도 따로 없었다. 또 계산대에서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보관함을 둔 편의점도 있었다. 서대문구 한 CU 편의점의 경우 보관함이 출입문 바로 옆에 위치해 계산대에서는 선반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전모(24·여) 씨는 최근 중고책을 판매하기 위해 회사 근처 GS25에서 택배 서비스를 이용했다. 점심시간이라 편의점은 손님으로 혼잡했다. 택배보관함이 따로 없어 보낼 물건을 택배 기계(물건의 무게를 달고 송장을 등록하는 기계) 옆 바닥에 두고 나와야 했다. 그는 “택배 기계가 계산대 바로 옆에 있어 계산하려고 줄을 선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야 해 눈치가 보였다”며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혹시 택배 물건이 분실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편의점 택배 서비스의 허점을 이용한 도난 및 사기 사건도 있었다. 편의점 직원이 택배 물건을 가져가는 사람의 신분을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택배물을 맡긴 고객의 가족이나 택배 기사인 척하며 물건을 훔쳐가는 방식. 지난해 12월 광주의 한 편의점에서 30대 남성이 택배물 주인 행세를 하며 20만 원 상당의 택배를 훔쳐갔다 경찰에 적발됐다.
5월 2일에는 편의점 택배물을 중간에 빼돌려 5400만 원을 가로챈 A씨 등 4명이 검거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1~2월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에 금팔찌를 판다는 글을 올린 피해자들에게 편의점 택배로 거래하자고 제안했다. 피해자가 택배 보낼 물건을 편의점에 맡기면 이들은 택배송장을 요구했다. 이를 이용해 택배물을 맡긴 편의점을 알아낸 뒤 편의점 직원에게 택배 회사 직원이나 피해자의 가족인 것처럼 속여 배송 전 택배를 가로챈 것이다.
매장마다 택배 서비스 안전성 달라
서울 서대문구 한 CU 편의점에 설치된 택배보관함. 보관함 안에 택배가 들어 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의 약 95%가 택배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매장마다 수용할 수 있는 택배물의 크기와 수량이 제각각이다. 그렇다 보니 인근 지역, 동일한 브랜드의 편의점이라도 택배 서비스의 안전성 정도가 다 달랐다.
GS리테일은 ‘국내택배’ 서비스를 365일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기자가 직접 서대문구 일대 GS25를 방문한 결과 오후 8시 30분 무렵 택배 기계는 꺼져 있었다. 오후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이모 씨는 “오후 4시 이후에는 택배물을 받지 않고 기계도 꺼두는 것으로 안다”며 “3개월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택배물을 관리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 서대문구 한 GS25 편의점 한켠에 설치된 택배 기계.
그렇다고 점주 탓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점주들은 “택배 서비스는 큰 수익이 나지 않는다. 고객 편의를 위해 제공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택배 서비스는 건당 15%가량의 수수료가 남는데 인건비와 손님 불편을 생각하면 많은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편의점주들 사이에서 본사가 고객 편의를 위해 택배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관련 시설을 본사가 관리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정보라 기자 purple7@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188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