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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고령운전자 사고… 통도사 인파 덮쳐 13명 사상

입력 | 2019-05-13 03:00:00

75세 몰던 승용차, 보행자에 돌진
50대 여성 숨지고 12명 중경상…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 가능성”
고령운전 사고 4년새 2만→3만건



부처님오신날인 12일 오후 경남 양산시 통도사 경내에서 7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절을 찾은 사람들을 덮친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부상자들을 구조하고 있다. 양산경찰서 제공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경남 양산 통도사를 찾은 방문객들이 고령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1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12일 경남 양산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50분경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 경내 산문 입구 인근 도로에서 김모 씨(75)가 몰던 체어맨 승용차가 갑자기 속도를 높이면서 보행자와 도로 가장자리에 앉아 쉬고 있던 사람들을 잇따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성모 씨(51·여)가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경남 김해에 거주하던 성 씨는 이날 어머니(78)와 함께 통도사를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성 씨의 어머니도 크게 다쳤다. 중상자 8명 중 1명은 머리를 다쳐 위독한 상태다. 운전자 김 씨는 크게 다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운전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처님오신날 삼보(三寶) 사찰 중 한 곳인 통도사에 많은 방문자들이 몰려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정체로 서행 중이던 사고 차량은 갑자기 속도를 높이면서 앞서 가던 보행자들과 도로 옆 시민들을 들이받았다. 목격자들은 “사고 차량이 출발하면서 곧장 앞으로 가지 않고 갑자기 도로 옆쪽으로 향했다”고 전했다. 매표소 부근을 지나 무리 지어 걸어가던 방문자들 중에는 차량이 뒤에서 덮치는 줄도 모르고 사고를 당한 피해자도 있다. 사고 차량은 보행자들을 친 뒤에도 10m가량 더 주행한 뒤 다리 난간을 들이받고 멈췄다. 경찰 관계자는 “행인이 많은 곳인데 차량 속도가 갑자기 높아진 점으로 미뤄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잘못 알고 밟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차량 결함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통도사에서 발생한 사고처럼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9일 경기 동두천시에서는 76세의 남성 운전자가 차량을 몰고 자동차서비스센터 사무실 안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운전자 역시 경찰 조사에서 “후진 기어를 넣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으려고 했는데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사고를 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전인 8일 서울 송파구에서는 67세 남성 운전자가 정차 도중 운전석 뒷좌석에 떨어진 물건을 주우려다 실수로 가속페달을 밟는 바람에 트럭과 승합차 등을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는 2014년 2만275건에서 해마다 늘어 지난해에는 3만12건을 기록했다.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고로 2018년 한 해에만 843명이 목숨을 잃었다.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사고 사망자 수가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차지하는 비율도 2016년 17.7%, 2017년 20.3%, 2018년 22.3%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양산=정재락 raks@donga.com / 김정훈·박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