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외상-방위상도 최근 “관계개선”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되면 한일 관계는 다른 갈등 요소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개선될 수 있다”는 일본 정부 고위 당국자의 발언은 일본 정부로서도 현재의 한일 갈등을 빨리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을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동아일보와 만난 이 당국자는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후폭풍에 대해 “과거에는 한일 갈등이 있어도 안보 및 경제 부처 관계자 모두 ‘그래선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은 두 채널 모두 막혀 있다”고 했다. 안보와 경제 분야가 완충 역할을 하지 못해 갈수록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심각한 갈등이 강제징용에서 시작됐기에 해법도 강제징용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강제징용 해결책이 100 대 0으로 일본에 유리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한일 양국 정상이 만나 자국 내 비판을 감수하고 정치적 타협을 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국 관계는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에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고 확정 판결한 후 급속히 악화됐다. 소송 원고들은 이달 1일 “일본제철의 한국 자산을 현금화하겠다”며 한국 법원에 신청했다. 매각 절차를 고려할 때 이르면 8월경 일본제철은 실제 자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강제징용과 관련해 심리 중인 소송은 14건이었으나 최근 추가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새 시대 레이와(令和) 개막,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인해 일본 내부에서도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고노 외상 역시 징용배상 문제에도 불구하고 “(한일 관계가) 정치적인 면에서 잘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이와야 다케시(巖屋毅) 방위상도 10일 “북한 정세를 생각하면 한미일, 한일 연대가 매우 중요하다”며 “(한일 간 군사협력 재개가) 하루아침에 될 수 없겠지만 건설적인 대화가 가능하도록 적극적으로 환경을 조성해 나가고 싶다”고 했다. 일본 방위성은 이달 말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에서 한일 국방장관회담 개최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김범석 bsism@donga.com·박형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