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김현진 감독 총괄 한국관
정은영 작가의 영상 작품 ‘섬광, 잔상, 속도와 소음의 공연’. 트랜스젠더 음악가 키라라, 레즈비언 배우 이리, 중증장애인 배우 서지원, 드래그 킹 아장맨을 조명했다. 정 작가는 “한국에서 이들은 소수자로 살면서 자신만의 영역을 일궈냈다”고 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자르디니 공원 국제전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앙투안 카탈라의 ‘It's Over’. 관객은 작품 양쪽의 두 복도 중 한 곳을 선택해 입장한다. 베니스 비엔날레·Francesco Galli 제공
한국관의 주제는 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의 첫 문장을 차용했다. ‘파친코’는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모호한 정체성으로 살아야 했던 ‘자이니치(재일동포)’의 비극을 그렸다. 반면 한국관은 ‘역사의 실패’를 젠더 이슈로 한정하고, 역사 속 잊혀진 여성과 소수자의 구체적 사례를 연구해 되살렸다.
정은영은 여성 국극의 현대적 형태를, 남화연은 최승희의 국제적 면모(반도의 무희)를, 제인 진 카이젠은 바리 설화의 재해석(이별의 공동체)을 소재로 했다. 김 감독은 “서구와 남성 중심의 시각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때 한층 더 풍요로운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국제전, ‘분열의 긍정’
총감독 랠프 루고프가 기획한 국제전은 사뭇 결이 달랐다. 한국관이 철저히 한쪽의 입장에서 역사의 복권을 주장했다면, 국제전은 한 사안을 두고도 주체에 따라 다양하게 파생되는 시각을 보여줬다. 기후 변화, 난민, 소셜미디어, 인종 문제 등 개인의 욕망이 폭발하고 정치적 요구가 늘어나는 시대에 ‘분열’ 자체가 축복이라는 듯한 뉘앙스였다.
우선 참여 작가 79명 모두가 전시장 두 곳(아르세날레, 자르디니)에 각기 다른 형태의 작품을 설치한 것이 눈에 띄었다. 그 결과 한 작가라도 공간과 분위기에 따라 전혀 다른 시각 언어를 선보일 수 있었다. 영국 작가 에드 앳킨스가 아르세날레에서는 가상 캐릭터를 활용한 영상과 설치 작품을, 자르디니에서는 자신을 타란툴라로 형상화한 회화를 전시하는 식이었다.
두 전시장의 입구를 양 갈래로 나눈 공간 구성도 ‘분열’을 형상화했다. 아르세날레는 두 인물이 서로를 노려보며 건배를 하는 조지 콘도의 ‘더블 엘비스’를 중심으로 입구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자르디니 전시관도 앙투안 카탈라의 설치 ‘It‘s Over’의 좌우로 난 복도 형태의 입구를 관람객이 선택해 입장한다.
한국 작가 이불과 강서경의 작품도 국제전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불은 남북의 이데올로기 갈등 극복을 기원하는 듯한 기념비 ‘오바드V’를, 강서경은 정간보(井間譜), 화문석 등 한국 전통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설치 연작을 선보였다.
베네치아=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