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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해변으로 탈바꿈한 해군 박물관

입력 | 2019-05-13 03:00:00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황금사자상 수상 리투아니아관




올해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리투아니아관의 ‘태양과 바다(마리나)’. 인공 해변에서 울려 퍼지는 경쾌한 오페라 퍼포먼스로 기후 변화를 재치 있게 경고해 호평을 받았다. 베니스 비엔날레·Andrea Avezzu 제공

베니스 해군 박물관의 한 공간이 인공 해변으로 탈바꿈했다. 2층 난간으로 들어서면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해변에는 수영복 차림의 사람들이 오페라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가볍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일상적인 고민을 털어놓던 오페라는 조금씩 심각한 주제를 노래한다. 기후 변화를 ‘반오페라’의 형태로 풀어낸 리투아니아 국가관의 작품 ‘태양과 바다(마리나)’가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의 주인공이 됐다.

베니스 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11일 공식 개막식 겸 시상식에서 리투아니아관에 최고상을 수여했다. 리투아니아관은 루치아 피에트로이우스티(영국 서펀타인갤러리 큐레이터)가 총감독을 맡고, 작가 루질레 바르즈드지우카이테, 바이바 그라이니테, 리나 라펠리테가 참여했다.

‘태양과 바다’는 시각 예술은 물론이고 연극, 음악, 문학의 형태를 결합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해변의 즐거운 풍경과 아름다운 노래가 관객을 부담 없이 끌어당겼고, 이후 자연스럽게 사회적 이슈를 제시한 점이 돋보였다. 최근 각 국가관의 정부 지원이 줄어들면서 기업의 후원이 늘어나는 가운데, 크라우드 펀딩 형태로 제작비를 모금한 것도 눈에 띄었다.

벨기에관은 특별언급상을 받았다. ‘몬도 카네’(기괴한 영상을 모아 문명사회의 그늘을 보여준 1962년 이탈리아 다큐멘터리 영화)를 주제로 한 벨기에관 역시 연극적 요소가 두드러졌다. 제빵사, 화가, 음악가 등 각자의 이야기를 지닌 마네킹들이 시간에 따라 움직이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 관객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았다.

예술 작품이 나타내고자 하는 메시지를 관객이 자연스럽게 체험하도록 만드는 경향은 ‘인기 국가관’들의 특징이었다. 살아있는 새와 피리 부는 소년, 문어 배를 형상화한 영상 전시관 등 초현실적이면서 시적인 공간 구성이 돋보였던 프랑스관도 관객들이 길게 늘어서 2시간 동안 대기해야 볼 수 있었다.

베네치아=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