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3250억달러 규모 추가 관세” 갈등 계속땐 양국 의존도 큰 韓 타격 수출 부진 상황서 年1조원 더 줄듯… 기업투자 지연-금융불안 심화 우려
중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에 실패한 미국이 전면적인 대중 관세전쟁에 한 발 더 다가섬에 따라 세계 경제가 교역 축소와 경기 악화의 악순환에 빠져들 조짐이다. 특히 미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관세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어 반도체 경기 부진으로 가뜩이나 위축되고 있는 수출 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끄는 미국 협상단과 류허 부총리를 필두로 한 중국 협상단은 10일 오전(현지 시간) 워싱턴 USTR 청사에서 전날에 이어 이틀째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류 부총리는 지난달 초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무역협상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방도 없이 미국을 떠났다.
USTR는 협상 종료 뒤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2000억 달러와 별개로) 3250억 달러에 이르는 나머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는 절차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는 성명서를 내고 중국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미국은 앞서 10일 0시 이후 중국에서 수출되는 수입품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트위터에 “내 두 번째 임기에 협상이 진행되면 합의(결과)는 중국에 더 나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중국 수출 부문에 대한 거대한 부정적 충격이 파급효과를 일으켜 전자·화학제품 같은 중간재를 중국에 공급하는 일본과 한국을 때릴 것”이라고 했다. 중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의존도는 26.8%이며 대중 수출품에서 중간재 비율은 80%다.
한국무역협회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총수출이 연간 8억7000만 달러(약 1조179억 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양국의 막판 타결이 되지 않고 갈등 양상이 길어진다면 기업 투자 지연, 금융 불안 등의 요인이 더해져서 수출과 경기 전반에 2차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지난달 이후 3.72% 하락했다. 주요 신흥국 중에서 금융위기설이 거론되는 터키를 빼면 가장 많이 떨어졌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변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