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다수의 희생 위에 소수에게 기회와 혜택을 집중했던 특권경제의 익숙함을 깨뜨리지 않고는 불평등의 늪을 헤쳐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반칙과 특권, 편법과 탈법이 당연시되어온 불공정의 익숙함을 바로잡지 않고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집권 3년 차에 처음 주재한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이처럼 강조한 것은 소득주도성장과 적폐청산 등 기존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지난 2년간 걸어온 길이 옳기 때문에 방향을 바꿀 이유가 없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일자리가 줄고 소득격차가 벌어졌으며, 수출과 투자가 동반 부진을 보이며 경제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는 경제 상황을 직시할 때 그런 확신이 옳은지 의문이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대외 환경조차 시계 제로인 상황에서 이념에 치우쳐 지난 2년간 실패로 판명 난 경제정책 실험을 고집하다가는 경제를 더 큰 어려움에 빠뜨릴 수 있다.
‘나만 옳다’는 태도는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그대로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정치권의 대북정책 비판론을 겨냥해 “분단을 정치에 이용하는 낡은 이념의 잣대는 버려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평화 프로세스’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벽에 부닥쳤다. 한미 공조와 견고한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을 진정성 있는 비핵화와 대화의 길로 견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현실에 눈감은 채 자신의 대북 접근법 이외의 의견에 대해 평화와 대결이라는 낡은 이분법을 들이대는 태도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 3년 동안 성공을 거두려면, 지난 2년의 국정운영 성과를 냉정하게 받아들이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우리 길을 가겠다는 아집과 진영 논리에 매몰돼 단 한 점의 오류도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더 큰 실패로 이어져 국민의 삶을 팍팍하고 고달프게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