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파업 D-1]총파업 앞두고 긴박했던 하루
파업 선언 이후 처음 만난 정부-버스노조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한국노총 소속 자동차노련 류근중 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이날 면담은 자동차노련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가운데는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는 이날 버스업계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 지원은 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다만 신규 노선 개설 등 버스 인프라 확충 시 보조금을 지급하고, 500인 이상 업체의 근로자도 최대 2년간 임금 감소분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광역급행버스(M버스)에도 예산을 지원해 사실상 준공영제로 운영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소관인 M버스는 예산 지원이 가능하지만 국토부는 지금까지 민간사업으로 보고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M버스는 수도권에서 400대가량이 운행 중이다.
정부는 노조 요구를 일부 수용해 인건비 지원을 늘리기로 했으나 요금 인상 여부는 지방자치단체에 맡겼다. 요금 인상의 법적 권한이 지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 등 대다수 지자체는 시민 반발을 우려해 요금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반면 경기도는 시내버스 요금을 200원 인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문제는 지자체 간 견해차가 커 정부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14일 당정협의를 통해 버스 총파업 대책을 다시 내놓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버스요금 인상을 두고 서울시와 경기도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당정협회는 끝내 무산됐다. 정부가 재정 지원의 ‘우회로’를 마련하긴 했지만 총파업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정부가 버스업계 지원 대책을 내놓은 직후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협상이 타결돼 파업을 철회했다. 대구시버스노동조합과 대구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임금 4.0% 인상, 63세 정년 연장으로 임금·단체협약에 합의했다. 노조 측은 당초 임금 7.67%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한발 물러섰다.
노동계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건 최대한 내놓은 것 같다”며 “자동차노련 지도부가 이를 받아들이냐에 따라 파업 실행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서 clue@donga.com·송혜미·주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