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지 명령 ‘작업’→‘공정’으로 확대… 해제때 勞과반 의견 청취도 논란 고용부, 내주 지방노동청에 전달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시행령 개정안 발효를 앞두고 고용노동부가 시행령보다 강화된 운영기준(작업중지 지침)을 마련해 이르면 다음 주에 지방고용노동청에 전달하기로 했다. 재계는 “재계가 요구한 건의사항에 대해 답변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운영기준안이 마련됐다”면서 “정부와 노조의 입김을 더 강화하는 내용이라 기업 경영을 과도하게 옥죌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3일 재계와 정부에 따르면 고용부는 최근 근로감독관이 활용할 업무지침인 ‘중대 재해 발생에 따른 작업중지의 범위·해제절차 및 심의위원회 운영기준(작업중지 지침)’을 마련해 이르면 다음 주에 지방고용노동청에 전달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재계 의견을 한 차례만 받았고, 특히 경영계가 요구한 건의 사항에 대해서는 답변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안법에 따라 마련한 작업중지 지침은 작업중지 명령의 범위를 ‘작업’이 아닌 ‘공정’ 단위로 넓혔다. 산안법에서는 작업 단위로 중지명령이 가능하기 때문에 재계는 지침이 법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작업과 공정은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공장은 한 사업장 내 1공장, 2공장, 3공장 식으로 공장이 나뉘어 있고, 개별 공장마다 프레스 공정, 차체 공정, 도장 공정, 의장 공정, 물류 공정 등 여러 공정을 거쳐 완성품이 만들어진다. 특히 의장 공정은 바퀴 조립 작업, 문 설치 작업 등 수십 개의 작업으로 이뤄진다.
또 중대 재해 현장 조사 시 사업장의 안전 관리가 극히 불량해 유해, 위험이 현저히 증가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감독관이 전면 작업을 중지할 수 있다고 지침에 규정돼 있다. 이는 산안법에는 없는 내용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업장 내 안전을 확보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산안법 자체를 거부하는 기업은 없다”면서도 “상위법조차 규정하지 않은 내용을 지침에 추가한 것은 법률 규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작업중지 해제를 요청하려면 중대 재해와 관련된 작업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지침 내용도 논란이다. 재계는 “과반수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절차”라며 “특히 중대 재해와 ‘관련된’이라고 표현한 부분이 모호해 노조나 민노총이 개입할 소지가 크기 때문에 더 명확히 규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