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보미 대책 허점투성이
강원 지역에서 9개월째 정부 아이돌보미에게 15개월 된 영아를 맡겨 온 A 씨(35·여)는 올 3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아이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이하 센터) 측 요청으로 신규 아이돌보미들이 현장실습 교육을 하도록 가정 방문을 허락해 줬더니 4일 동안 돌보미 4명이 집을 방문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낯을 가리는 아이는 아이돌보미가 바뀔 때마다 쉬지 않고 울어댔다. 결국 A 씨의 항의에 센터는 “실습차 방문을 허락하는 가정이 워낙 드물어 허락한 가정에 돌보미들을 배치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사과했다. 현재 신규 아이돌보미들은 기존 아이돌보미가 근무하는 가정에서 10시간의 현장실습을 이수해야만 아이돌보미로 활동할 수 있다.
여성가족부는 서울 금천구 아동학대 사건 이후인 지난달 26일 아이돌보미에 의한 학대를 예방하고 돌보미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대책을 이행할 때 생기는 문제점도 고려해 달라”며 보완책을 요구하고 있다.
또 이번 대책에는 부모들의 신청을 받아 불시에 현장 모니터링을 실시한다는 방안이 담겨 있지만,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현재 16개 광역거점기관의 모니터링 요원 30명이 전국의 아이돌보미 2만3675명(2018년 기준)을 모니터링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력 충원 없이 모니터링만 강화한다고 해도 ‘수박 겉핥기’ 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력이 적다 보니 방문 모니터링이 이뤄지는 가정은 극소수다. 지난해 서울에서 현장 모니터링이 된 가구는 1671가구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1만2000여 가구의 14% 수준이었다.
또 현장에서는 낯선 사람을 들이기 꺼리는 가정이 대부분이라 모니터링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광역거점기관의 한 관계자는 “전화를 10번 돌려야 겨우 한 곳에서 모니터링 허락을 받는 정도”라며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모니터링을 반드시 받도록 제도적으로 여성가족부가 뒷받침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동 폭력 예방의 근본적인 해결책 중 하나로 지목되는 아이돌보미 처우 개선은 뒤로 밀렸다. 이번 대책에서 아이돌보미의 전문성 제고와 처우 개선은 2020년 이후 실시하는 중·장기적 대책으로 명시됐다. 그러나 당장 인성·적성 검사가 추가되는 등 선발 기준이 올라간 만큼 처우도 개선돼야 양질의 인력이 유입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018년 기준 시간제 아이돌보미의 월평균 임금은 92만 원, 종일제 아이돌보미는 167만 원이다. 공공연대노동조합 권현숙 아이돌봄분과장은 “처우가 낮은 상황에서 신입만 계속 뽑으니 기존 인력은 나가는 구조여서 돌보미들의 전문성이 높아질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