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인재육성 적극 추진에 도교육청이 오히려 강력 반대
충북도는 ‘명문고 육성’의 필요성을 호소하고, 충북 지역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청은 이를 비판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빚어졌다. 13일 오후 충북 청주시에서 열린 ‘충북의 지역인재 육성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다.
이날 충북도 측의 발표를 맡은 한창섭 행정부지사는 “도내에 명문고가 없다 보니 2011년 이후 지역의 상위 3% 중학생들이 499명이나 타 지역으로 빠져나갔다”며 “도내 학생들의 입시 결과가 크게 악화됨은 물론이고 학력 역시 매년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 측은 “우수한 교육환경이 제공되지 않다 보니 도내에 SK하이닉스, LG화학 등 대기업이 여럿 들어오고 신도시가 형성돼도 정작 그 가족들은 함께 오지 않는다”며 “지역 주민 설문 결과 67.3%가 지역 내에 명문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충북도의 이 같은 호소에 정작 학교정책을 담당하는 충북도교육청은 “명문고 육성을 추진하는 도청의 생각이 전근대적”이라고 반박했다.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충북지부장 출신으로, 자사고 등에 강하게 반대하며 평준화 교육을 강조해왔다.
충북은 지난해부터 지역에 자율형사립고 등 명문고를 설립하는 안을 놓고 도와 교육청이 갈등을 빚어왔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출신이지만 3선 도지사로 일하며 충북의 교육경쟁력 저하가 심각하다는 현실 인식에 따라 명문고 육성을 추진해 왔다. 충북도는 명문고 육성 방안으로 자사고 설립을 희망했지만 교육부와 도교육청 등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선진국들은 우수학교를 통해 세계에서 앞서가는 인재를 만들려고 기를 쓰는데 언제까지 지역경쟁과 서열화만 얘기할 것이냐”며 “우리끼리만 시험이나 경쟁 없이 가르치겠다는 검증되지 않은 교육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