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학교 공간 디자인 프로젝트 바나나-야자 등 심어 정원 만들고 학생들이 직접 식물 기르기도 ‘스트레스 프리’ 쉼터교실에선 언제든 독서-휴식-음악감상 가능
서울 동대문구 전일중학교 실내 숲에서 학생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식물을 접하며 디지털 기기 의존을 줄이고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든 숲이다(왼쪽 사진). 관악구 미림여고의 ‘스트레스 프리존’은 편하게 수다를 떨거나 음악을 들으며 스트레스를 덜 수 있는 공간이다. 이 같은 학교 안 이색 공간은 청소년 문제 예방을 돕는 서비스디자인 사업으로 만들어졌다. 송은석 silverstone@donga.com·원대연 기자
9일 서울 동대문구 전일중학교에서 만난 2학년 김하연 양에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뭘 하는지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주로 스마트폰으로 하는 것들이다. 하연 양뿐만 아니다. 또래들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전국 학령전환기 청소년 129만1546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를 보면 15.2%인 19만6337명이 인터넷과 스마트폰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과의존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그런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 숲을 만들어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눈과 귀를 사로잡는 감각적인 영상과 사진에 익숙해진 청소년들이라 무관심하지는 않을까.
서울시는 전일중 건물 안에 바나나나무 야자 같은 다양한 식물을 심은 정원을 7일 공개했다. 건물 바깥에서 바로 연결되는 계단을 올라 문을 열면 작은 정원이 펼쳐진다. 숲길을 따라 들어가면 학생들이 직접 씨앗을 심고 싹을 틔울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그 아래에는 학생들이 직접 키우는 모종들이 자란다.
학교와 서울시가 기대한 것도 이것이다. 청소년들이 잠시나마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깊게 숨을 내쉬어보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 이 작은 숲은 서울시의 ‘청소년 문제 해결 디자인’에 식물을 활용한 첫 번째 사례다.
청소년 문제를 비롯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서비스디자인 개념에 속한다. 제품이나 시설의 디자인을 개선해 미적 측면뿐만 아니라 이용자가 체감하는 실질적인 효용을 높이는 것이다. 최근 학교 등 공공영역에서도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올 3월 서울 시내 6개 학교에 생긴 ‘청소년 스트레스 프리존’도 청소년 문제 예방을 목표로 하는 서비스디자인 사업이다. 교내의 쓰지 않는 시설을 개조한 스트레스 프리존은 쉬면서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는 공간이자 음악이나 향기를 활용해 심리적 안정을 찾는 공간이다. 같은 달부터 스트레스 프리존이 열린 관악구 미림여고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수업이 끝난 후 수시로 이곳을 찾는다. 이전에는 휴식시간에 교실에서 잡담하거나 자는 것이 휴식의 대부분이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스트레스 프리존 설치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잖았다. ‘왜 학교에 노는 공간을 만드냐’는 것이었다. 김현국 미림여고 교육행정지원부장은 “학교에 노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좀 더 머물고 싶어 하는 학교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해환경이 도처에 널린 학교 밖으로 학생을 내모는 것보다 더 안전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시간을 보내도록 유도하는 것이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데에도 좋다는 얘기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