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용 제조로봇이 아니라 앤드루처럼 가족생활을 공유하는 로봇의 등장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돌봄로봇이 대표적이다. 노인과 장애인의 일상을 돕고 환자의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2006년 초고령사회로 들어선 일본은 일찌감치 개호(돌봄)로봇의 개발을 시작해 지금은 중증 치매환자를 일으키거나 들어올리는 로봇도 선보였다. 독일의 치매 요양원에서는 간단한 대화가 가능한 돌봄로봇이 환자들의 말벗이 되어 주면서 기억력 증진에 도움을 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돌봄로봇의 보급과 확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돌봄, 물류, 의료, 웨어러블을 4대 유망서비스 로봇 분야로 선정하고 집중 육성 계획을 밝혔다. 특허청에 따르면 관련 특허 출원이 2010∼2012년 연평균 37건에서 지난 3년간 연평균 72건으로 늘어났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가벼운 치매 환자를 보살펴주는 인공지능(AI) 기반 돌봄로봇을 개발해 실용화를 위한 스타트업을 만들었다. 마이봄으로 명명된 이 로봇은 환자와 가족의 얼굴을 구분하며 화장실 안내와 약 복용 시간을 일러준다. 가격은 500만 원대.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공개된 한 벤처기업의 로봇은 치매 노인이 쓰러졌을 때 응급 상황을 가족에게 전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2017년 1월 유럽연합(EU) 의회에서 인공지능 로봇을 전자인간으로 규정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법인을 제외하고 사람 아닌 존재가 법적 지위를 얻은 첫 사례라 한다. 그만큼 사회 각 분야에서 로봇과 공존하는 삶은 익숙한 풍경이 될 듯하다. 돌봄로봇 덕분에 고령으로 기력이 쇠약해지거나 병에 걸려도 요양원에 가지 않고 내 집에 살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른다. 인간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이런 로봇의 등장이 반갑지만 간병 책임을 미루는 핑곗거리가 될까 은근히 걱정도 된다. 전자인간이 아무리 완벽한들 가족의 다정한 말 한마디, 따스한 온기의 ‘약효’와는 비교할 수 없을 터이다. 테크놀로지의 활용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수단일 뿐, 사람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하면 좋겠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