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내부 ‘위기관리 과부하’ 우려
○ 4개국 대응 악화로 위기 증폭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베네수엘라, 북한 등 3대 국가 안보위기를 저글링(juggling)하면서 중국과 무역전쟁까지 벌이고 있다. ‘모 아니면 도(go big or go home)’ 정책을 택한 트럼프 행정부가 여러 나라에 ‘최대 압박’을 동시에 적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권이 ‘벼랑 끝 전략(brinkmanship)’을 취하는 중동의 이란, 남미의 베네수엘라, 아시아의 북한 및 중국 등 4개국에 대한 정책이 서로 엉키거나 모순을 빚어 사태를 더 악화시키기도 한다.
이란이 미국의 제재에 맞서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미국이 항공모함 전단을 투입한 가운데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동부 해안에서는 상선 4척이 사보타주(의도적 파괴행위) 공격을 받는 일도 벌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 2척이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3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한 대응방안이 준비되어 있다면서도 “우리의 목표가 전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비핵화 해법 두고 엇갈리는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보고를 받고 대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바로 다음 날 북한을 달래는 듯한 신중한 메시지를 내놨다. 9일 두 번째 미사일 발사 후에도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는 등 상당한 편차를 드러냈다.
북한 비핵화 해법을 두고 행정부 내에서 엇갈리는 시각이 공존한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는 미국의 ‘빅딜’ 방안으로 흔히 알려진 ‘리비아식 해법(선 비핵화, 후 보상)’과는 상반된 내용이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볼턴식 초강경 기류’와 국무부 등으로 대표되는 ‘유연 기류’가 갈리고 있는 것이다.
○ 행정부 내 혼선도 가중
미 행정부 내 정책 혼선 및 소통 부족도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미 행정부 관계자는 “대통령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특정 정책을 결정할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실무진조차 발표 뒤에나 이를 아는 일이 종종 있다”고 귀띔했다.
주요 외교 정책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조바심과 조급증이 심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문제에 대해 볼턴 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조언을 따랐다. 하지만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붕괴되지 않아 격분했다”고 전했다. 이런 복잡한 사안을 효율적이고 전문적으로 다룰 외교안보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는 이날 더힐 기고를 통해 “대통령이 한꺼번에 모든 것을 다룰 수 없다. 어떤 문제부터 진정시킬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개인적 관계에 노력을 기울여온 북한이 우선순위가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