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진출 뒤 2부 밀려난 2013년, 국내 ‘최경주 대회’ 초청돼 우승 KPGA 상금왕 차지, 골프 전환점 그후 자주 어울리는 절친 선후배… 이번 우승 때도 “널 믿어라” 조언
강성훈의 생애 첫 PGA투어 우승에는 선배, 가족의 존재도 큰 힘이 됐다. 부진에 빠져 있던 2013년 최경주(오른쪽)가 주최한 대회에서 우승한 뒤 포옹을 하고 있는 강성훈. 댈러스=AP 뉴시스
변변히 나갈 대회도 없어 ‘백수’ 같던 나날들. 그런 그를 최경주(49)가 같은 해 자신이 주최하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 초청했다. 그는 이 대회에서 덜컥 우승까지 했다. 그 다음 주에는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한국오픈에서 연속으로 정상에 올랐다. 생애 첫 KPGA투어 상금왕까지 했다. 강성훈은 “골프 인생에 중요한 터닝포인트였다. 최경주 프로님 덕분에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강성훈은 13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트리니티 포리스트GC(파71)에서 열린 PGA투어 AT&T 바이런넬슨 4라운드에서 4타를 줄였다. 최종 합계 23언더파를 적어 공동 2위 맷 에브리와 스콧 피어시(이상 미국)를 2타 차로 따돌렸다. 159번째 도전 만에 얻은 PGA투어 첫 승이다.
영원한 골프 스승이자 아들을 위한 뒷바라지에 헌신한 강성훈 아버지 강희남 씨(위 사진 오른쪽). 당시 강성훈은 스폰서가 없어 연세대 모자를 쓰고 출전했다. 우승을 확정 지은 뒤 강성훈(오른쪽)이 응원 온 부인 양소영 씨, 8개월 된 아들 건(미국명 유진) 군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아래쪽 사진). KPGA 제공
최경주는 13일 SK텔레콤 재능나눔행복 라운드 행사에서 “아끼는 후배라 대견하고 뭉클했다”며 기뻐했다. 최경주는 “포기하지 않았기에 이런 마무리가 가능했다. 안 보이는 데서 흘린 눈물과 땀에 대한 보상이다. 강성훈에게 우승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강성훈과 최경주는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사는 절친한 이웃사촌이다. 평소 식사도 자주 하고 연습 라운드도 같이 한다. 최경주가 강성훈의 고향인 제주를 찾으면 강성훈의 아버지를 찾아 안부를 물을 정도로 가깝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