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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구름다리 설치 “관광 활성화”vs“환경파괴”

입력 | 2019-05-15 03:00:00

16일 엑스코서 대구시민원탁회의… 시민 400명 참여해 설치 찬반투표
상인들 “외지 관광객 늘어” 찬성… 환경단체 “자연 경관 해쳐” 반대




대구시는 16일 엑스코에서 팔공산 구름다리 건설을 둘러싼 찬반 논란에 대한 해법을 찾는 시민원탁회의를 연다. 사진은 팔공산 구름다리 조감도. 대구시 제공

“다른 산에는 구름다리 같은 관광시설이 많은데 팔공산은 볼거리가 부족합니다.”

“자연 그대로가 좋습니다. 인공 구조물을 세우면 경관과 환경을 해칠 수 있어요.”

대구의 상징과도 같은 팔공산 정상 부근에 놓일 국내 최장 320m의 구름다리. 대구시가 최근 팔공산과 도심에서 무작위로 시민 약 300명에게 구름다리 건설 계획을 묻자 찬반 여론이 팽팽했다. 논란이 가열되는 팔공산 구름다리 건설을 놓고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 해법을 찾는 자리가 마련된다.

대구시는 16일 엑스코 그랜드볼룸에서 ‘보존인가 개발인가? 시민에게 듣는다. 팔공산 구름다리’를 주제로 올해 첫 시민원탁회의를 연다. 원탁회의는 대구시의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이 토론과 투표를 통해 참여하는 제도다. 원탁회의를 거친 시민 의견은 시정에 반영한다. 앞서 2014년 ‘안전한 도시, 대구 만들기’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15차례 열린 원탁회의에는 시민 5930명이 참여했다.

대구시는 2017년 1월부터 팔공산 케이블카 상부 탑승장이 있는 신림봉에서 동봉을 잇는 구름다리 건설을 추진해 왔다. 사업비 140억 원을 들여 길이 320m, 너비 2m의 구름다리를 설치하고 탐방로를 닦으며 전망대를 세우는 계획이다.

대구시와 지역 관광업계, 팔공산 주변 상인들은 지역 관광을 활성화하려면 구름다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팔공산의 수려한 경관을 더욱 편리하고 아찔하게 감상할 수 있는 구름다리를 놓으면 외지에서 관광객이 몰린다는 것이다. 노약자나 장애인같이 산을 오르기 어려운 사람들도 케이블카를 타고 와서 구름다리를 건너면 팔공산을 더 자주 찾을 수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

반면 환경단체는 환경이 파괴되고 경관이 훼손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앞산·팔공산 막개발 저지대책위원회’는 14일 성명을 내고 “팔공산의 경관과 가치를 파괴하고 예산을 낭비하는 무모한 사업”이라며 구름다리 건설 계획을 대구시가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열리는 원탁회의에서는 △팔공산 관광 활성화를 위한 보존과 개발 입장 △지역경제 활성화 △환경 및 생태 보전 △자연경관 접근성 △안전성 등 각 쟁점을 놓고 토론한 뒤 구름다리 설치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원탁회의에는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신청한 시민 가운데 약 400명이 참여한다. 대구시는 신청자들에게 구름다리 건설 찬반 여부를 물어 참가자 비율을 찬성 40%, 반대 40%, 유보 20% 정도로 맞췄다.

다만 구름다리 건설에 반대하는 일부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는 참여하지 않아 원탁회의의 취지가 반감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 단체는 대구시가 주최하는 모든 행사에 불참함으로써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원탁회의 투표 결과에 따라 구름다리 건설 여부가 확정되지는 않는다. 대구시 관계자는 “원탁회의가 정책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지는 않는다”며 “사업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시민 의견과 투표 결과를 토대로 최종적으로 사업 방향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원탁회의를 통해 보존과 개발에 대해 자유롭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어 민관 합의를 이끌어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