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명·부산경남취재본부
A 교사는 2년 넘게 무거운 마음을 짓누르면서 출근하고 있다. 20여 명의 동료 교사도 마찬가지다. 대체 무슨 일 때문에 그런 걸까.
부산의 한 사립고교 교사들이 B 교장과 불편한 사이가 된 건 2017년 3월부터다. A 교사는 14일 “평교사 시절의 수업 태도 등을 봤을 때 B 씨가 교장이 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여론이 많아 여러 교사들이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그는 교장이 된 이후부터 모욕적인 말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시교육청 감사관실은 3월 “B 교장에 대해 특정 감사를 벌인 결과 교직원에 대한 갑질 행위, 근무지 무단 이탈, 금연구역인 학교 내 흡연 등 성실 의무와 품위 유지 의무, 초·중등교육법, 학교규정 등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돼 중징계할 것을 학교법인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교사들은 평소 B 교장이 “능력 없으면 빨리 나가라”, “아프면 회사를 그만두고 병원에나 가라”, “일하다가 안 쓰러진다”, “죽으면 요즘 공상 잘 쳐준다”는 등 모욕적인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B 교장은 징계가 부당하다며 재심을 요청했고 학교법인은 최종 결론이 나기 전까지 징계를 미룬다는 방침이다. 교장과 교사들의 ‘불편한 동거‘는 현재 진행형이다.
A 교사는 “감사 결과만 나오면 학교가 정상으로 돌아갈 줄 알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교사들의 더 큰 걱정은 과연 징계가 제대로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사립 학교법인이 교육청의 징계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더라도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 아무런 징계를 하지 않으면 최대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낸다는 조항은 있지만 징계를 어떤 식으로 할지는 법인 재량에 달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스승의 날’을 앞두고 최근 전국 교원 549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7.4%가 ‘최근 1, 2년 사이에 교원들의 사기가 떨어졌다’고 답했다. 2009년 조사 당시는 같은 대답 비율은 55.3%였다. 교권 추락이 교사들의 자승자박(自繩自縛)임을 부인할 수 없지만 아직도 우리 곁엔 묵묵히 교단을 지키는 참스승이 많다. 지금이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았던 시대는 아닐지라도 교사가 최소한 인격적 대우도 받지 못하는 이런 상황만큼은 방치해선 안 된다.
강성명·부산경남취재본부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