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도시의 미래다]<13> ‘태양광 셀-모듈’의 도시 충북 진천
충북 진천군 한화큐셀 진천공장에서 한 직원이 제조 중인 태양광 발전용 셀을 살펴보고 있다. 한화큐셀 제공
“전국에 있는 군(郡) 단위 지방자치단체 중 인구가 늘어나는 곳은 진천군이 유일합니다.”
저출산과 인구 감소는 지방 소도시의 공통적인 위기 요인이다. 충북 진천군도 한때 8만 명이 넘었던 인구가 1990년 5만 명 밑으로 떨어진 적이 있다. 하지만 2000년 6만 명 선을 회복하고 지난해 7만8218명까지 증가했다. 2021년에는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진천군 기업지원팀 관계자는 “인구 증가의 일등 공신은 단연코 기업들의 투자”라며 “진천군 내 1300여 개 대·중소기업의 가동률이 85%에 이른다”고 말했다. 2016년 1월 1공장, 2018년 1월 2공장 양산을 시작한 한화큐셀의 진천 태양광 공장은 그중에서도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태양광 셀의 원자재는 폴리실리콘에서 뽑아낸 웨이퍼다. 웨이퍼가 셀이 되려면 330m에 이르는 생산라인에서 10가지 공정을 거치는데 여기에는 다른 태양광 공장에서 볼 수 없는 ‘레이저 마킹’ 과정이 있다. 웨이퍼가 언제 어떤 라인으로 투입됐는지 등을 알려주는 셀 고유의 ‘이름표’ 격인 ‘트라큐(TRA Q)’다.
트라큐는 눈에 쉽게 띄지 않는 두 개의 점으로 돼 있지만 셀이 되기까지의 생산 이력을 담고 있다. 불량 셀이 발견되면 이 두 점에 담긴 정보를 꺼내 문제의 원인을 바로 찾을 수 있다. 이달 7일 만난 류성주 한화큐셀 진천공장장(전무)은 “트라큐 같은 빅데이터 기술과 공정 자동화 덕분에 중국 경쟁사들이 쉽게 쫓아오지 못한다”며 “진천공장에서 만든 태양광 셀의 효율이 중국 경쟁사 대비 2%포인트 더 높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셀과 모듈 시장의 70% 이상을 중국 업체들이 차지하는 와중에도 진천공장이 태양광 셀 부문 1위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엄격한 품질 관리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태환 셀생산팀 과장은 “다른 회사에선 멀쩡한 셀로 분류할 정도로 미세한 오차도 한화큐셀은 엄격하게 걸러낸다”고 말했다.
진천군은 한화큐셀 공장 유치를 위해 ‘선(先) 지원 확약, 후(後) 대책 수립’이라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군 관계자는 “줄어들던 인구가 25년 전 현대모비스 공장을 유치하면서부터 다시 증가하고 군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며 “기업 유치가 활력이 잦아드는 소도시를 얼마나 바꿔놓을 수 있는지 체감했다”고 말했다. 통상 대규모 공장 건설을 하려면 각종 사전 인프라 구축, 행정 절차 수행 등에만 1년 가까이 걸리는데 진천군은 한화큐셀 공장을 위해 이 기간을 4개월로 줄였다.
한화큐셀 진천공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지난해 2월 처음으로 방문한 대기업 현장이다. 생산라인의 ‘3조 3교대 주 56시간’ 근무제를 ‘4조 3교대 주 42시간’으로 바꾸면서 고용 인원을 1600여 명에서 약 2100명으로 늘려 당시 문 대통령이 “업어주고 싶다”고 했을 정도다.
진천공장 임직원의 평균 연령은 27세. 80% 이상이 진천과 음성, 청주 등 인근 지역 출신이다. 한화큐셀코리아는 충북에너지고, 충북반도체고 등 인근 고교와의 산학협력을 통해 ‘사전 채용’ 방식으로 인재를 키워 채용하고 있다. 류 공장장은 “인재 육성과 채용은 지역의 활력을 살리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진천=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