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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오코노기 마사오]韓日-北日, 함께하는 외교 전략은 없을까

입력 | 2019-05-15 03:00:00


2월 27, 28일 이틀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 회담 결렬 후 북한은 이달 4일과 9일 두 차례 미사일을 쏘며 한반도에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한일 관계도, 북-일 관계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 두 관계를 한 번에 생각해보면 어떨까. 새로운 전망이 나올지 모른다.

한일 관계는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이라는 상황이다. 양국 지도자나 언론은 서로 상대방이 “역사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적어도 이번 경우에는 옳지 않다. 한일 양국 대법원이 서로 상이한 판결을 내린 것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 것이다.

한국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를 민사소송으로 규정하고 외교 협의의 대상으로 삼으려 하지 않는다. 그것이 행정부와 사법부의 바른 관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일본 정부는 이를 행정부의 책임 회피라고 간주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첫째는 한국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사법 절차에 따라 원고 측이 압류한 일본 기업의 재산을 현금화해 일본 정부가 대항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이는 양국 간 분쟁이므로 한국 정부도 개입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두 번째 시나리오로,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에 근거해 양국 정부가 외교적으로 협의하게 된다. 이 협의가 잘 되지 않는다면 제3자 위원을 포함한 중재위원회를 설치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검토할 수 있지만 중재 절차를 생략하는 것은 청구권 협정 취지에 어긋날 것이다.

중재위원회가 화해 방안을 제시하면 한일 정부는 이를 거부할 수 없고 양국 국민도 이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세 번째 시나리오다. 중재 방안으로는 한국 정부와 기업, 일본 기업의 출자에 따른 재단 설립이 유력할 것이다.

또 다른 난제인 북-일 관계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의존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 보장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거래’가 성사됐다면 지금쯤 북-일 회담이 열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5월 4일과 9일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북한의 두 번의 발사에서 보듯 북한은 ‘벼랑 끝 전술’이라는 충격요법을 다시 구사하고 있다.

북한의 새로운 정책은 4월 9일부터 12일까지 개최된 일련의 회의, 즉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당 중앙위원회 총회, 최고인민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요점은 ①하노이에서 제시한 단계적 비핵화 협상 방침을 준수하고 ②자력갱생을 철저히 해 경제 제재에 대항하고 ③제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노력하지만 그 시한을 올해 말까지 한정하는 것 등이다. 또 북한은 남북 대화에 대한 태도를 바꿔 ④한국에 ‘중재자’ 역할보다는 ‘당사자’가 될 것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이 대미 협상 시한을 제시한 것은 교착 상황을 피하면서 벼랑 끝 전술을 효과적으로 연출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내년 4월 한국 국회의원 선거와 미국 대통령 선거운동 등을 목표로 설정해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타이밍을 택해 도발할 것이 틀림없다. 이번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완성할 것이다. 이것은 ‘약자의 공갈’이다.

김 위원장이 주변국 외교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주목되는 것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기존의 강경한 태도를 바꿔 북-일 정상회담의 ‘무조건’적인 개최에 의욕을 보이는 것이다. 러시아는 협상 능력에 한계가 있고,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직면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 것은 아베 총리뿐이다. 북-일 정상회담이 실현돼 국교 정상화 협상이 시작된다면 제3차 북-미 정상회담과 연동되지 않을 리 없다. 아베 총리가 ‘적절한’ 거래의 길을 제시한다면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무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 한일 정상은 조속히 만나 우선 강제징용 문제를 둘러싼 정부 간 협의 개시에 합의하고 그와 동시에 북한과의 협상에 대해 긴밀히 의견을 나눠야 할 것이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