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학생 학교에 마련된 간이 추모 공간.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김소영 사회부 기자
14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국어대 기숙사 1층. 학교 측이 마련한 추모의 공간 테이블 위에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A 씨(23)의 영정이 놓여 있었다. 영정 오른편에는 200여 장의 포스트잇이 붙은 게시판이 있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외국인 친구를 잃은 슬픔을 손글씨로 꾹꾹 눌러 포스트잇에 담았다. 영정사진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리는 학생도 있었다. 국화꽃이 놓인 영정 앞에 A 씨가 평소 좋아했던 콜라를 두고 간 학생도 있었다.
A 씨는 2016년 이 대학 국제통상학과에 입학했다. 주한 우즈베키스탄대사의 추천을 받은 입학 장학생이었다. A 씨는 졸업 후 한국의 글로벌 기업에 취업해 세계무대를 누비겠다는 꿈을 안고 한국에 왔다. 그는 우수한 성적으로 3년간 장학금을 받았다. ‘코리안 드림’의 실현이 점점 가까워지는 듯했다. 하지만 졸업을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A 씨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승용차를 살 형편이 안 되는 학생들이 최근 이동수단으로 많이 이용하는 전동킥보드는 화재 사고가 잇따라 왔다. 2017년에는 한국체대, 지난해에는 고려대 기숙사에서 전동킥보드를 충전하던 중 화재가 나 학생들이 대피하는 일이 있었다. 경찰은 A 씨의 전동킥보드 배터리도 충전 중 과열돼 화재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발생한 전동킥보드 사고 528건 중 22건이 배터리 불량 등으로 발생한 화재 사고다. 전동킥보드 배터리는 2017년 1월부터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의 국가통합인증(KC) 대상이 됐다. 이전까지는 인증받지 않은 배터리도 사용됐다는 의미다.
A 씨 시신은 11일 고국으로 옮겨져 장례 절차를 마쳤다. 한국외국어대 학생들은 10일부터 기숙사 1층에 마련된 A 씨 추모공간을 찾아 애도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측은 조만간 A 씨의 명예졸업장을 우즈베키스탄의 가족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하지만 명예졸업장만으로는 A 씨 가족의 슬픔을 달래기 힘들 것이다. 머나먼 타국에서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A 씨의 사고를 계기로 최근 이용자가 크게 늘어난 전동킥보드의 배터리 안전 문제를 다시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소영 사회부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