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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5당 상설협의체, 국민앞에 한 약속”… 한국당 다시 압박

입력 | 2019-05-15 03:00:00

발언 수위 낮췄지만 연이틀 비판



11년만에… 중소기업인대회 찾은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행사 슬로건이 적힌 응원 수건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이 중소기업인대회를 찾은 것은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11년 만이다. 앞줄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문 대통령,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정윤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청와대사진기자단


“극단적 대립의 정치가 아닌 대화와 소통의 정치로 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서 여야 대표 회동에 대해 이 같은 기대를 밝혔다. 전날 자유한국당을 작심 비판했던 문 대통령이 이날은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여야 5당 대표 회동에 앞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정상화와 추가경정예산안 및 민생 입법 통과를 선결과제로 밝혔다. 문 대통령과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일대일 단독 회동은 물론이고 3당 교섭단체 여야정 협의체 구성 등 한국당의 제안에 선을 그으면서 한국당의 조건 없는 대화 복귀를 연신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 文 “여야 대표 회동 전 5당 참여 국정상설협의체부터”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개최와 5당 대표 회동으로 막힌 정국의 물꼬를 틀 수 있길 바란다”며 “국정상설협의체부터 조속히 개최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5당 대표 회동에 앞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가 먼저 가동돼야 한다는 선후관계를 분명히 한 것이다.

전날 “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키는 정치” 등 강경 발언으로 한국당을 몰아붙인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선 발언 수위를 다소 낮추는 대신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지난해 8월 한국당을 포함한 5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약속이라는 점을 수차례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국정상설협의체는 생산적 협치를 위해 여야정이 함께 국민 앞에 한 약속”이라며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한국당이 요구한 3당 교섭단체 협의체가 약속 위반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당에 협치 불발 책임을 돌린 셈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에서 의제 제한 없이 시급한 현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추경의 신속한 처리를 위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했다. 이어 “탄력근로제 개편과 최저임금제 결정체계 개편도 미뤘다. 그동안 야당도 요구했던 법안들”이라고 말했다. 여야 국정상설협의체를 통해 추경과 탄력근로제 개편 법안 통과에 합의해야 5당 대표 회동을 열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한국당이 선거제 개편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 데 대해 “왜 우리에게 사과 요구를 하는지 되묻고 싶다”며 일축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3일 홍영표 전 원내대표 등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갖고 “패스트트랙 지정을 포함해 1년 동안 원내를 이끄느라 수고하셨다”고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 野 “靑 원하는 대로만 하는 거냐”

문 대통령이 국회 정상화를 위한 명분을 제공하기보다는 한국당에 책임을 돌리자 한국당은 반발했다. 황교안 대표는 “일대일 대화로 진지하게 논의해야지 과거와 같은 보여 주기 식 회담은 큰 의미가 없다”며 5당 대표 회동 제안을 거듭 일축했다. 그는 전날 문 대통령의 작심 비판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낡은 잣대만 갖고 과거로 돌아가는 행태를 보였고 나도 민주당으로부터 막말을 많이 들었는데 저는 안 하려 한다”고도 했다.

청와대가 ‘압박 카드’를 내놓은 반면 야당과의 협상을 맡고 있는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타협안 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가 전날 “두 주장(5당 참여와 3당 참여)이 병립하거나 통합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좋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한국당이 추경과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확답이 있다면 청와대에 건의를 드릴 수 있다”며 3당 여야정 협의체 조건부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원내대표와 청와대가 입장 차를 드러내면서 청와대로 쏠린 국정 주도권 일부를 되찾기 위한 ‘이인영 액션플랜’이 가동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동시에 국회 정상화를 위해 청와대와 여당이 ‘굿 캅, 배드 캅’ 전략을 나눠 구사하고 있다는 말도 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박성진·장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