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파업 위기]정부-지자체 ‘막판 양보’ 잇따라
협상장 박차고 나가는 서울버스노조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예고한 파업 개시 시간을 약 5시간 반 앞둔 14일 오후 10시 20분경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재개된 쟁의조정회의에서 서울시버스사업조합과 서울버스노조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노조 측이 퇴장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동차노련)의 ‘버스 총파업’을 하루 앞둔 14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12곳에서는 노사 간에 치열한 막판 협상이 이어졌다. 13일부터 이날까지 절충을 벌인 결과 전국 12곳 중 광주, 전남(13개 시군), 충남, 세종, 대구, 인천 등 6곳에서 파업을 철회했다.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버스 운전사들의 임금이 감소하는 부분을 보전하기 위한 재원 마련이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논의된 가운데 이날까지 파업이 철회된 6곳에서는 버스요금 인상과 지자체 재정 지원, 광역버스와 광역급행버스(M버스) 준공영제를 통한 정부 재정 투입 등이 해법으로 나왔다. 결국 전국적인 버스 총파업을 막기 위해 국민 세금이 들어가게 된 것이다.
○ 요금 올린 경기도, 광역버스 정부 관리
요금 인상을 끝까지 거부해 왔던 경기도는 결국 올해 9월부터 시내버스 요금을 현행 1250원에서 1450원으로, 직행좌석버스 요금을 2400원에서 2800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앞세운 정부와 여당의 요금 인상 압박에 이재명 경기지사가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경기도가 버스 요금을 올리는 것은 2015년 6월 수도권 동시 인상 이후 4년 만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의 노사 협상도 타결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양측은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밤늦게까지 협상을 이어갔다.
또 국토부는 이날 M버스에 이어 일반광역버스(이른바 빨간버스)도 준공영제를 전국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경기도가 버스 요금을 인상하는 대신에 지자체 소관인 일반광역버스 업무를 정부가 가져와 준공영제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경기도가 문제 삼았던 통합 환승 할인에 따른 불이익은 서울시가 경기도로 수입을 이전하는 식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현재 전국의 일반광역버스는 2547대, M버스는 414대가 운행되고 있다. 서울시 방식의 준공영제를 도입하면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2004년 준공영제를 도입한 서울시(14일 기준 버스 7405대)는 준공영제 지원에 매년 약 3000억 원을 쓰고 있다. 광역버스를 국토부 소관으로 두면 준공영제를 위한 재원은 모두 국토부 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 정부가 주 52시간제의 부작용을 ‘국민 혈세’로 메운다는 비판이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경영학)는 “버스업체가 받는 정부 보조금이 어디로 가는지 검증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준공영제를 확산시키기 전에 먼저 버스업체들의 경영 상태가 어떤지 합리적으로 진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인천 필두로 속속 타결됐지만…
광주 버스 노사도 이날 임금을 6.4%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임금 인상의 상당 부분은 광주시가 부담할 계획이다. 전남도 영암 담양 등 13개 시군 시내버스 노사가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부산은 노조가 “더 이상 얘기할 게 없다”며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는 등 밤늦게까지 난항을 겪었다.
유성열 ryu@donga.com·송혜미·주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