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000억~3000억 지원…작년 5400억 투입 버스회사 운영 투명성 부족…완전공영제 거론 서울교통공사가 버스 운영 맡는 방안도 나와
11시간 진통 끝에 노사간 극적 타결로 서울시 버스노동조합이 15일 예정했던 파업을 철회함으로써 서울시내 교통대란은 일단 피했지만 준공영제에 입각한 현행 서울버스교통체계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 버스운영체계는 기사 노동조건 등 다방면에서 타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앞서 있다는 평을 들어왔지만, 이를 유지하는 데 수천억 규모 혈세가 쓰이고 있다.
그간 버스 회사가 적자를 내면 서울시가 재정을 투입해 메워주는 준공영제가 운영돼 왔는데 지난해 역대 최대인 5400억원이 지급되는 등 재정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2000년까지 서울 버스는 민간업체가 독립채산방식으로 운영하는 순수 민영제였다. 그러던 2001년 서울시는 안정적인 버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적자 버스노선에 보조금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이는 준공영제로 귀결됐다. 시는 2004년 대중교통체계를 전면 개편하면서 ‘공공성 확보’라는 공영제의 장점과 ‘경영 효율화’라는 민영제의 특성을 결합하겠다며 현재의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준공영제는 지자체와 민간업체가 버스를 공동 운영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지자체가 설정한 노선에 맞춰 버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자체는 수익을 일괄관리하면서 운행 실적에 따라 각 회사에 배분하고 적자를 보전해준다. 서울시는 ▲수익성이 없는 노선 운행 ▲학생·청소년 운임할인 등 공적부담으로 인한 결손액 ▲운송수입금 부족액 등을 재정을 투입해 보조하고 있다.
그 결과 시는 매년 수천억원을 버스회사에 지급하고 있다. 버스운송수입금이 표준운송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다.
그간 버스회사로 간 돈은 2004년 1278억원을 시작으로 2005년 2221억원, 2006년 1950억원, 2007년 1636억원, 2008년 1894억원, 2009년 2900억원, 2010년 1900억원, 2011년 2224억원, 2012년 2654억원, 2013년 2343억원, 2014년 2538억원, 2015년 2512억원, 2017년 2771억원, 2018년 2932억원 등이다.
서울시에서 인가를 받은 버스대수는 현재 7405대다. 6990대는 운행 중이고 415대는 예비차량이다. 노선 수는 354개다. 버스정류소는 6254개고 승차대가 설치된 정류소는 3904개다.
버스회사 수는 65개다. 200대 이상 보유한 업체는 선진운수(293대), 동아운수(210대), 대원여객(203대), 한성운수(205대) 등이다.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는 모두 1만6730명이다.
이 같은 지원금액과 버스시장 규모를 놓고 일각에서는 준공영제가 지나치게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연구원이 2015년 발표한 ‘서울시 버스 준공영제 정착을 위한 제도화 타당성’ 보고서에 따르면 ▲적정 차량 수보다 많은 수의 버스 운행 ▲표준운송원가 상승 ▲효과적이지 못한 경영효율화 인센티브와 감차유도 인센티브 등이 서울시 버스 준공영제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운행하지 않는 잉여 버스차량에 재정지원이 이뤄지는 점 등 ‘깜깜이’ 재정지원이 문제다. 버스회사가 운영 효율화 노력을 하는지, 투명하게 운영하는지 여부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는 비판 역시 제기된다.
정 의원은 “모든 시내버스사업자가 시민의 세금인 보조금을 지원받는 만큼 독립된 외부의 감사인에 의해 회계감사를 받도록 해 보조금 관리의 투명성과 적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처럼 준공영제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매년 버스 파업으로 인한 교통대란 우려가 확산되면서 아예 완전공영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완전공영제를 도입해 버스기사들의 신분을 안정시켜 버스노조 파업의 원인을 없애자는 것이다.
완전공영제로 전환할 경우 버스 노선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고 통행수요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다. 나아가 시는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원가절감정책을 펼 수 있다.
완전공영제 운영주체로는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거론된다.
서울교통공사 정관과 설립조례상 사업가능영역에는 ‘도시철도와 다른 교통수단의 연계수송을 위한 각종 시설의 건설, 운영’이 포함돼 있다. ‘기존 버스운송사업자 노선과 중복되지 않는 버스운송사업’이라는 단서가 있긴 하지만 버스운송을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둔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서울교통공사라는 명칭 속 ‘교통’이라는 다소 광범위한 표현 역시 향후 버스 완전공영제 도입을 통한 버스-지하철 통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재작년에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를 통합하면서 정관이나 조례에 여객운송사업을 할 수 있게 해놨다”며 “장기적으로는 프랑스 등 교통 선진국처럼 교통공사가 지하철과 버스를 한꺼번에 운영하는 게 시민에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인천교통공사는 일부 버스노선을 운영하고 있고 인천교통공사에는 버스사업분야도 있다”며 “그런 모델이 있어서 (서울교통공사가 버스를 운영하는 것도) 불가능할 것 같진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완전공영제로 가기에는 걸림돌이 많다는 우려도 있다.
완전공영제를 도입하려면 노선을 구입하기 위해 버스업체를 설득하는 게 선결조건인데 특허가 인정된 노선을 인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는 버스 사업자가 경영권을 공공에 양도할 확률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만에 하나 버스업체로부터 노선을 인수할 수 있다 하더라도 프리미엄이 형성돼 시가 예상보다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