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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제자유구역 투자유치 ‘속빈 강정’

입력 | 2019-05-16 03:00:00

1분기 투자실적 작년보다 급감… 지난해 투자도 ‘삼바’에 집중
가짜 외국인투자기업에 속아 임대료 헐값 제공 망신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허술한 외국인투자 유치 검증 및 관리로 인해 한때 가짜 외국인투자법인이 영업했던 송도한옥마을 음식점(사진 앞쪽). 인천경제청 제공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때 열린 인천시장 후보자 TV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박남춘 현 인천시장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유정복 시장 재임기간 급격히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 시장 취임 이후 약 1년간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외자유치 성적은 낙제점에 가깝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올 1분기(1∼3월) FDI 실적은 지난해보다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분기 FDI는 신고액 기준 527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억350만 달러의 50.9%에 그쳤다. 2016, 2017년 1분기의 각각 1억1100만 달러, 1억5700만 달러와 비교하면 급감한 것이다.

인천경제청은 올해부터 경제자유구역에 투자하는 외국인 기업에 대한 최장 7년간의 법인세와 소득세 50∼100% 감면 혜택이 없어져 외자 유치가 지난해 많이 몰려 13억3410만 달러를 기록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투자 유치 실적도 송도의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6월 29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이 콜옵션(주식매수 청구권)을 행사해 같은 해 11월 약 6억4000만 달러가 들어와 외자가 크게 늘어났다. 이 액수를 빼면 2017년 외자유치액 9억9150만 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인천경제청이 외자유치 전문기관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허술한 외자유치 관리 사례는 또 있다. 인천경제청은 올 1월 28일 ㈜엔타스에스디로부터 외국인 투자 5억2000만 원(원화 기준)을 받아 외국인투자기업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천경제청이 제대로만 했다면 엔타스에스디는 5년 전에 ‘진짜’ 외투(외국인투자)법인 등록이 됐어야 했다.

2014년 1월 외식업체 ‘경복궁’을 운영하는 ㈜엔타스와 미국 웨스트포인트인베스트먼트가 함께 만들었다는 엔타스에스디는 외투법인이라는 지위를 활용해 터무니없이 싼 임차료를 내고 송도한옥마을에서 영업했다.

그러나 2016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웨스트포인트인베스트먼트는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해 엔타스에스디는 가짜 외투법인인 것이 밝혀졌다. 엔타스에스디 대표는 임차인외투법위반 혐의(사기)로 구속돼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인천경제청이 사기를 당한 셈이지만 당시 웨스트포인트인베스트먼트가 미국에서 실제 실적이 있는 기업인지 확인만 했더라도 ‘짝퉁’ 외투법인이 사기행각을 벌이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후 인천경제청은 한옥마을 식당 철거에 나섰고 엔타스에스디 측은 임차인계약 해지 처분 취소 소송으로 맞섰다. 결국 지난해 8월 인천지법의 조정 권고를 양측이 수용하면서 이제야 엔타스에스디가 진짜 외투법인이 되기 위한 절차를 밟은 것이다.

당시 실무를 맡았던 김종환 인천경제청 서비스산업유치과장은 “당시 회사를 검증하는 투자자 신용정보조사에서 문제가 없었다. 감사와 검찰 조사에서 담당 공무원은 피의자가 아닌 피해자로 정리돼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취임 초부터 원도심과의 균형 발전을 내세운 박 시장은 인천경제자유구역 발전방안을 마련하기는커녕 홀대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국내 최초, 최고이던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전국 2등으로 전락한 만큼 투자유치 관련 부서의 인사개혁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