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실업률 19년만에 최악]4월 더 악화된 ‘고용의 질’
지난해 초 서울의 한 사립대를 졸업하고 2년째 공기업 입사시험을 준비 중인 강모 씨(30)는 “정부가 청년 고용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지만 체감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실업률을 낮추려고 단기 일자리를 늘리는 건 보여주기식 정책일 뿐”이라고도 했다.
일자리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청년실업난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고용 통계가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15일 통계청이 내놓은 고용 동향에서 청년 확장실업률이 역대 최악으로 상승한 것은 숨어 있는 실업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아예 취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해 서울의 한 대학 공대를 졸업한 정모 씨(29)는 2년간 취업 준비를 해오다 최근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다. 정 씨는 취업준비생에게 상당한 스펙으로 통하는 ‘쌍기사’(두 개 이상의 기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다. 토익 점수도 높은 편이지만 매번 취업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 씨는 “더 이상 취업 스트레스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청년실업률은 올 3월에는 1년 전보다 0.8%포인트 하락하며 반짝 개선됐다가 4월에는 다시 0.8%포인트 상승하며 악화됐다. 통계청은 이는 공무원시험 준비생의 신분이 3월에는 취준생, 4월에는 실업자로 바뀐 분류상의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시생은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준비자로 분류되지만 원서 접수 이후 실업자로 바뀐다. 구직활동을 하면 실업률 산정 대상에 포함되는 경제활동인구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시생 변수’에도 불구하고 만 15∼29세 중에서 공식 실업자뿐만 아니라 단기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다른 직업을 물색하는 ‘사실상의 실업자 비중’(청년 확장실업률)이 사상 최고치인 데다 주부 학생 심신장애자가 아닌 사람 중에서 ‘그냥 쉬었다’고 응답한 사람이 역대 최다라는 점에서 통계청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 3040 고용 부진 장기화 조짐
그나마 늘어난 일자리도 주 17시간 미만 초단기 근로가 많다. 주당 1∼17시간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6만2000명(25.5%) 증가한 178만1000명이었다. 이는 1982년 7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것이다. 통계청은 “20대 초반 청년층이 음식점업에 대거 유입된 데다 10만 개가량 늘어난 공공 일자리 사업 대부분이 초단기 일자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당 36∼52시간 근로자는 1년 전보다 12만1000명(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 일자리 지탱해온 보건복지 분야도 둔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취업자 수가 3개월 연속 목표인 15만 명을 상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3월 25만 명에서 4월 17만1000명으로 줄었지만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취업자 증가분이 재정 투입을 통해 지탱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 정도 수준도 사상누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4월 보건복지 취업자 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12만7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2월 23만7000명, 3월 17만2000명 증가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정부는 고용을 늘리려고 올 1분기(1∼3월) 재정을 대폭 투입해 돌봄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고령층 일자리를 늘렸다. 하지만 4월부터 조기 집행 효과가 축소되며 일자리 증가세도 주춤하고 있다. 공공 부문 중심 일자리 정책의 약효가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경기 침체로 지난달 도소매업 취업자는 작년 같은 달보다 7만6000명 줄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송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