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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ISD 전초전’ 론스타와 1조5700억 소송서 완승

입력 | 2019-05-16 03:00:00

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 외환銀 매각관련 손배소 기각
올 하반기 ISD 판정 앞둔 정부 “ICC 판정 불리할것 없다” 안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하나금융지주를 상대로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에 제기한 1조570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완패’했다. 론스타와 하나금융 간 소송이 종결됨에 따라 론스타와 한국 정부 간 대결인 청구금액 5조 원대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판정 결과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하나금융, 론스타 소송 ‘완승’

하나금융은 15일 “론스타가 제기한 소송에서 하나금융이 전부 승소했다”고 밝혔다.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는 론스타가 하나금융에 “14억430만 달러(약 1조5700억 원)를 배상하라”며 낸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13일 판결했다. 하나금융 측은 15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100여 쪽의 판결문 전문을 e메일로 받았다. 중재재판소는 하나금융에 “원고(론스타)는 피고(하나금융)가 부담한 법률 비용을 지급하라”는 판정문도 보냈다.

론스타는 2016년 8월 ICC 중재재판소에 “우리가 외환은행 매매가를 낮추지 않으면 한국 금융당국이 주식 양도를 승인하지 않을 것처럼 하나금융이 속이고 협박했다”며 14억43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론스타는 2003년 8월 외환은행을 사들인 뒤 8년여 만인 2012년 1월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되팔았다. 론스타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당초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51.02%를 4조4059억 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했으나 1년가량 지난 뒤 4900억 원 낮은 3조9156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하나금융이 한국의 금융당국을 등에 업고 가격 인하를 협박·유도했다는 주장이다. 론스타는 손해배상 청구금액을 처음엔 5억 달러 정도로 했다가 열 달 뒤 14억430만 달러로 올렸다.

그러나 판정부는 “론스타는 피고가 강박(협박)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관계를 종합해 보면, 이를 협박(threat)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피고(하나금융)는 계약 위반 사항이 없다”고 판단했다. 쌍방 간 합의에 의한 계약이었던 만큼 협박이나 기망(속임수)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은 론스타가 ICC 측에 소송을 제기할 때부터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계 관계자는 “하나금융 배상액이 3000억∼5000억 원에 이른다는 전망도 있었는데 이례적인 완승을 했다”고 말했다.

○ 한국 정부 상대 소송에 영향 주나

하나금융지주가 론스타와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완승을 거둠에 따라 론스타와 한국 정부 간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론스타와 하나금융 간 소송은 사실상 전초전이나 다름없었다.

론스타는 하나금융을 상대로 소송을 내기 전인 2012년 11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ISD를 제기했다.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46억9000만 달러(약 5조1000억 원).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을 지연시켜 손해를 봤고 부당하게 세금을 냈다는 이유에서였다. 국제 중재업계는 ISD 판정부가 참고하려던 ICC 판정이 났으니 ISD에 대한 결론도 하반기(7∼12월)에 날 것으로 보고 있다.

ISD 전망에 대해 정부는 “ICC 판정과 ISD 판정은 (사건의) 당사자도, 사안도 다른 서로 독립적인 사건”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번 판정으로 론스타 주장의 허점이 일부 드러난 꼴이라 적어도 더 불리할 것은 없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ICC 판정을 통해 론스타의 주장이나 논리가 판정부에서 안 받아들여졌으니 ISD 판정에서 우리한테 안 좋은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정부가 패소할 경우 물어야 할 손해배상액 부담은 더욱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만약 하나금융이 일부 패소했다면 정부의 손해배상금액 중 하나금융이 부담할 부분이 겹쳐 정부의 배상액이 조금 줄어들 여지가 있었다”며 “ISD에서 정부가 패소한다면 부담이 더 커질 수는 있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